지금껏 살아오며 어찌할 바를 몰라 애면글면할 땐, 일단 저지르고 봤습니다. ‘저지름’에 굳이 자격증이 있어야 한 건 아니니까요. 정년퇴직을 앞두고 남은 삶을 무엇으로 살아내야 할지 긴가민가했던 순간에도 영락없었습니다. ‘머뭇거리지 말자, 무조건 벌이고 보자!’ 방송대 진학도, 문학상 응모도 사실 그렇게 시작했지요.
제게도 글쓰기는 저 자신을 찾아가는 탐사였습니다. 언제부턴가 제가 내지른 말과 제가 취했던 몸짓이 어디서 연유했는지를 돌아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리 해도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텅 빈 백지를 뚫어지게 내려다봤지요. 그러고는 제 안에 웅크린 또 한 명의 ‘그’가 드러날 때까지 한없이 긁적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말’이 걷어차 버린 그 사건과 의도치 않았던 그 순간의 ‘처신’을, 활자로 해명하거나 납득시키려 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글쓰기 시작은 이렇게 자기검열이 출발점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나이 들어 편하게 주고받던 대화에서조차 저의 진술은 그다지 짜임새나 두서가 없었습니다. 그저 주워들은 조각들과 작은 경험들이 뒤죽박죽돼 때론 저를 움츠리게 하곤 했습니다.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독서가 필요했던 거지요. 그런데 아쉽게도, 밤새 읽었던 활자들은 아침나절 나비가 되어 허공에 떠다니는 홀씨처럼 날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곱씹어야 했던 문장은 필사했고, 내용과 느낌은 후기로 남겼습니다. 그렇게 모여진 글들을 다시 들춰볼 때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칠판에 꾹꾹 힘주어 써 내려갔던, 그 분필 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근래 들어 제 속내를 드러낸 독서 후기에, 지인들의 ‘좋아요’를 발견할 때는 그게 예의인지 호의인지 분별하고 싶어졌습니다. 행여 착각이 빚은 젊은 시절의 참사를 또 되풀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문학상 공모 도전은 그런 연유에서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뜻밖의 당선 통보 전화 너머에서 저는 분명히 또 다른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 당신, 이제부터 글 좀 써봐도 될 거 같아!”, 이 한마디. 저는 솔직히 이 말을 듣고 싶었던 게지요.
비로소 저는 그간의 객기와 혼자만의 독백을 멈추려 합니다. 그 대신 한 땀 한 땀 공들여 쓴 글을 들고, 낯선 분들과 새로운 만남을 저지르려고 합니다. 오늘의 당선은 그 ‘자격증’이지 싶습니다. 심사위원님들께는 이렇게나마 고마움을 표해봅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송명흡 국어국문학과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