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8회 방송대문학상

최근 스웨덴 한림원에서 한강 작가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평소에 워낙 좋아하고 존경하던 작가분이셔서 수상이 놀랍고도 기뻤습니다. 더불어 그에 앞서 제가 제48회 방송대문학상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됐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마치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의 전야제 같은 즐거운 착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겹경사처럼요.


이번 소설을 쓰면서 자화상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만큼 곳곳에 저의 모습이, 이야기가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었던 말들도 최대한 담아보려 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심사위원님께서도 제가 하려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봐주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를 알아봐 주신 것만으로도 당선이라는 사실보다 더, 저에게는 감동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매일 적어도 A4 한 장씩 글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매일 루틴을 보고서 저도 습관을 들이는 중입니다. 잘 써지는 날에는 하루에 대여섯 장도 썼다가, 안 되는 날에는 한 문단을 완성하기도 힘들 때도 있습니다. 평소 ‘해롭지 않은 것이라면 반복해서 습관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송대문학상 당선 소식은 이런 제 습관이 정착하는 데 무엇보다도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습니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당선 소감’을 이렇게 쓰고 있다는 것도 정말 놀랍고 기쁜 일입니다.


어떤 가수가 실연을 겪을 때마다 새로운 곡을 쓴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을 보았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저의 경우엔 실연이 아닌 인생의 힘든 고비마다, 또 곡이 아닌 글로 풀어내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스로 힘들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것을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글로 써서 하소연을 대체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제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밝고 아름다운 것만 보여드리지 못한 죄책감 같은 것이랄까요. 앞으론 점점 즐거운 이야기, 읽고서 기분 좋아지는 글도 써 보고 싶습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가 문학에 대해 한 말입니다. 저 역시 저 말처럼 저의 얼어붙은 마음과 머리, 모든 구태를 깨뜨려버리도록 앞으로도 계속 더 날카롭게 도끼날을 벼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저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방송대와 방송대 문학상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허석준 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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