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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정 한국아트앤디자인연구소 대표·화가

미술품 반환으로 빚어진 독일의 사죄 행렬을 보면서
경제 보복을 단행한 일본의 졸렬한 정치적 행위를 곱씹게 된다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 아이케 슈미트 관장은 2019년 새해 첫 날에 18세기 네덜란드 정물화 화가 얀 판 하위쉼(Jan van Huysum, 1682~1749)의 작품「꽃병」을 나치에게 도둑맞았다고 조의를 표하는 의미의 흑백 사진을 미술관에 내걸었다. 흑백 사진 아래에는 이탈리아어, 영어, 독일어로 ‘훔쳐 간 작품을 반환하라’라고 표기돼 있었다.
독일인 슈미트 관장은 자신의 모국인 독일 정부를 향해 “나치 병사들이 훔쳐간 네덜란드 화가 얀 판 하위쉼의 유명한 정물화「화병」이 우피치미술관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명화 반환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얀 판 하위쉼의 정물화「꽃병」은 1824년 우피치미술관에 처음 전시됐는데 19세기 초에 토스카나 지방을 다스리던 레오폴드 2세 대공이 이 작품을 사들여 기증했다. 이후 1세기가 지나도록 우피치에 전시돼 있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부대원이 다른 작품과 함께 훔쳐가면서 사라졌다. 독일 통일 이후에 반환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독일 당국은 30년 이상이 흘러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슈미트 관장은 “독일 정부는 도덕적 책임이 있으며, 이 작품 문제 때문에 2차 대전의 상처와 나치의 테러가 치유되지 않고 있다”는 반박 성명을 냈다. 그의 단호한 결단과 핵심을 찌르는 강공은 비틀어진 역사를 바로잡는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으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3월에는 독일 최대 부호 중 하나인 라이만 가문이 자신의 선대들이 군수품 생산과 강제노동자 동원으로 나치에 협력했다는 점을 조사를 통해 인정하고, 자선단체에 1천만 유로(약 131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국영철도도 독일의 강제수용소에 유대인 10만여명을 실어 나른 행위를 사죄하며 생존자들에게 2천만원씩을 지급하고 후손들에게는 650~9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얀 판 하위쉼의 작품은 중개인을 통해 갤러리에 다시 판매하려고 시도한 독일의 한 가족이 소유하고 있었다. 이후 독일 정부는 그들과 접촉해 결국 그림을 반환하기로 했고, 드디어 2019년 7월 19일에 공식적으로 우피치미술관에 돌려줬다.
18세기 정물화의 대가로 부와 명성이 자자했던 얀 판 하위쉼의 작품 가격은 수백억대로 추정된다. 미술품 반환으로 빚어진 독일의 사죄 행렬을 보면서 오히려 경제 보복을 단행한 일본 정부의 졸렬한 정치적 행위를 곱씹게 된다.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모든 책임이 해소됐다고 우기고 한·일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협회 회장과 니무라 마사토 전 도쿄고등재판소 판사 등 일본 법조인들의 소신 발언이 눈길을 끈다. 그들은 ‘국제인권법의 상식’이라며 일본 기업이 해결에 나서도록 일본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했고, “국가 간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는 게 자명한 이치인지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볼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독일의 라이만 가문과 네덜란드 국영철도가 선대의 잘못을 사죄하고 보상한 행동하는 양심을 배우기 바란다. 그것이 국가의 품격을 올리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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