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옥렬의 미술로 보는 세계사: 시대감성과 미술의 눈]

서양회화사에서 중요시 됐던 것은 물리적인 세계보다는 정신적인 세계였다. 이런 태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목가적이거나 시적인 분위기의 풍경화를 통해 이상향을 그리고자 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그려진 상상의 풍경이 지배적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전통과 달리 실제 풍경에 대한 호기심을 화폭에 담고자 했던 경향은 이상보다는 세부적인 묘사에 집중한 북유럽 르네상스회화의 사실주의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자연과의 밀접한 관계를 특징으로 하는 풍경화에서 두드러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새로운 풍경화의 방향을 제시한 푸생(Nicolas Poussin)과 자연의 변화를 관찰해 화폭에 담고자 했던 로랭(Claude Lorraine)의 작품들이 ‘그림 같은’(picturesque)이라는 수식어로 증명되듯, 18세기와 19세기 영국 풍경화의 발달에 영향을 주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의 장르가 시작된 것이다. 이탈리아인과 프랑스인이 자연에서 구조와 균형 그리고 질서의 요소를 보았다면, 영국인은 다양성과 불규칙성 그리고 환상적인 놀라움을 보았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영국의 풍경화가가 바로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 1775~1851)다. 그리고 순간순간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캔버스에 옮겼던 풍경화의 전성기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에 와서 꽃을 피웠다. 생동감 넘치는 거대한 자연의 힘을 화폭에 담고자 했던 영국의 풍경화가 터너와 프랑스의 인상주의를 견인한 대표적인 화가인 모네(Claude Monet, 1840~1916)는 어떤 연관성 속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를 대표할 만한 풍경화를 그렸을까?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그 변화의 속도와 힘을 보고 온몸으로 감각했던 화가의 눈에 비친 풍경과 그 풍경이 품고 있는 순간의 현실은 순간에서 영원으로, 바람과 공기, 색과 빛을 불어 넣었다는 점이다.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 터너의 출발은 수채화였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터너의 초기작은 실제 장소들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18세기의 지형학적(topographical) 풍경화의 전통에 속한 그림들로 채워진다. 터너는 당시 유행하던 ‘그림 같은’(picturesque) 풍경화로 명성을 얻었는데, 이 명성은 그에게 경제적인 독립을 가져다주었다. 이후에 터너는 풍경화의 다양한 소재를 찾기 위해 수시로 여행을 다녔고, 멀리 여행을 갈 수 없을 때에는 런던의 테임즈 강에서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수많은 스케치와 수채화 그리고 유화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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