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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후반전을 후회 없이 보람되게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40여 년 전 공부했던 방송대가 생각이 났다.


나의 버킷 리스트 16번은 우리 방송대에 개설된 모든 학과를 이수해 졸업하는 것이다. 경제학과를 시작으로 국어국문학과, 중어중문학과, 문화교양학과, 미디어영상학과를 거쳐 2024년 올해는 내년부터 학과명이 ‘도시콘텐츠·관광학과’로 변경되는 관광학과 3학년에 편입학해서 이제 2학기를 마쳤다. 어떤 학과는 1학년 신입생으로, 또 어떤 학과는 3학년으로 편입해 방송대와 공부로 인연을 맺은 지 2025년이면 열일곱 해가 된다.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계속해서 프랑스언어문화학과, 보건환경안전학과 등의 순서로 공부하려고 한다.


이렇게 매번 새로운 학과에 입학해 공부하는 것을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신비한 여행에 비교하곤 한다. 나는 인간의 여가 활동 중에서 여행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행하는 순간이 제일 설레고 즐겁다. 아니 정작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더 신나고 행복한 순간이 되기도 한다.

 

방송대 공부도 마찬가지다. 매번 졸업을 앞두고 다음에는 어떤 학과의 무슨 공부를 하면 좋을지 탐색하는 시간은 여행을 준비할 때 생기는 설렘보다 훨씬 더 짜릿하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처럼 새로운 학과로 떠나는 ‘공부여행’은 다른 어떤 여행보다 나의 인생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공부에 몰입할 정도로 진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이 나를 오랜만에 만나면 이렇게 변한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과거 출판업을 하면서 사업상이라는 핑계를 대며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거의 매일 술자리를 전전했다. 오죽하면 ‘주당협회 회장’ 칭호가 주어질 정도로 허구한 날 음주문화에 젖어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과로로 인한 늑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하루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데 비몽사몽 간에 영화「빠삐용」의 한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영화 속 주인공 빠삐용이 환상 속에서 자신은 억울하게 투옥됐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장면이었다. 그때 재판관이 “너의 죄는 인생을 헛되게 낭비한 것이다”라는 판결을 한다. 그 판결을 듣고 주인공은 그렇다면 자신이 유죄라고 스스로 인정한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동안 내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너무 세월을 낭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며 정신이 번쩍 났다. 그때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내 인생의 후반전을 후회 없이 보람되게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고민하다가 불현듯 40여 년 전 공부했던 방송대가 생각이 났다.


병원에서 퇴원한 그날로 술을 완전히 끊고 새롭게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방울의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 지금 나는 과거 술친구들에게 술과 공부를 바꾸었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가 지금은 내 인생 후반전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삶의 보람이 됐다.


지금은 나 혼자만의 공부에서 더 나아가 공부가 어렵고 힘든 후배들을 돕기 위해 국어국문학과 ‘국문학 뚝섬스터디’와 문화교양학과 ‘공부여행스터디’에서 강의 봉사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 강의할 때마다 스터디 학우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방송대는 다른 여타의 대학과 달리 여러 새로운 학과의 공부를 하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다. 그러니 한 학과 졸업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한 살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본인들이 하고 싶은 새로운 학과의 세계로 공부여행을 함께 떠나자고 강력하게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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