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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올해는 3월 말에도 눈이 내렸다. 아무리 꽃샘추위가 찾아와도 봄의 온기를 막아낼 수는 없다. 이제 바야흐로 완연한 봄이다. 봄을 영어로 ‘spring’이라고 한다. ‘spring’은 용수철이라는 뜻도 있고 튀어 오른다는 뜻도 있다. 봄은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이 만물이 소생한다는 뜻이다.


올해로 필자가 방송대와 인연을 맺은 지 19년째가 됐다. 2002년에 나는 다른 대학에서 동서비교문학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강의와 번역으로 쉴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06년, 1996년부터 방송대에서 공부하고 있던 형의 권유로 방송대 관광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관광학을 공부하면서 타 대학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방송대만의 재미에 푹 빠졌다. 내가 박사이다 보니 스터디나 특강에서 강의를 많이 하게 됐는데, 강의를 들으시는 학우님들 가운데 일흔이 넘으신 분들도 많으셨다.


필자는 지식을 나누는 것을 종종 샘물에 비유한다. 샘물은 아무리 퍼도 마르지 않는 것처럼 지식도 아무리 나누어도 마르지 않는다.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 바로 지식 나눔이다. ‘Teaching is learning’이라는 말이 있다.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과 유사한 표현이다.


방송대에서 공부한 지 19년이 지났고 나는 현재 영문학 학사, 석사, 박사, 사이버대학교에서 동양학 학사 그리고 방송대에서 8개의 학위까지 포함해서 모두 12개의 학위를 취득했다.


필자의 형은 물리학 학사, 경제학 석사 그리고 방송대에서 6개의 학위를 포함해서 모두 8개의 학위를 취득했다. 두 형제의 학위 수를 합하면 모두 20개다. 방송대에서 한 사람이 10개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경우는 있어도 형제가 방송대에서 취득한 학위 수가 14개인 경우는 방송대 역사상 흔하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필자는 2008년에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해서 2010년에 졸업했다. 그런데 2023년 8월에 다시 국어국문학과 2학년에 편입해서 현재 네 번째 학기를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나에게 왜 졸업한 학과를 다시 다니느냐고 묻는다. 내가 다닌 방송대에서 8개의 학과 가운데 어떤 학과가 제일 재미있었냐고 한다면 나는 국어국문학과라고 서슴없이 말할 것이다.


필자가 방송대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덕분에 올해 한 잡지에서 평생학습부문 ‘2025 한국을 대표하는 혁신 리더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게 바로 방송대의 힘이다. 서정주 시인은「자화상」이라는 시에서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라고 했는데, 나는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방송대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중국의 사상가 순자(荀子)는「권학편(勸學篇)」에서 ‘학불가이이(學不可以已)’라고 말했다. “배움은 죽을 때까지 멈추어서는 안된다”라는 말이다. 순자는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동양에서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의 아버지다. 나는 펜을 잡을 힘이 있을 때까지는 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영화「미술관 옆 동물원」에 “사랑이라는 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버리는 것인 줄은 몰랐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사는 동안 긍정적인 무언가에 빠진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나는 이 대사를 “방송대 공부가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버리는 것인 줄은 몰랐다”라고 고치고 싶다. 올해 방송대에 들어오신 학우님들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중독인 공부의 즐거움에 서서히 빠지시기를 희망한다.

방송대에서 관광학과를 시작으로 여덟 개 학과를 졸업하고, 2023년 국어국문학과에 두 번째 편입해 ‘즐거운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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