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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방송대 일원이 된 것만으로도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방송대에 입학할지 말지 고민하는 분이 계신다면,

눈앞의 복을 꼭 붙잡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난 주말에 가평에서 학생들과 1박 2일 행사를 했다. 서울지역 교육학과 학생회에서 기획한 MT였고, 학생들은 중간과제물을 제출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꽃구경과 단합대회를 겸해 대형버스를 함께 타고 도착했다. 비가 계속 내려 계획된 일정의 일부를 실내 활동으로 대체했다. 날씨가 좋았다면 야외에서 보물찾기와 캠프파이어도 했을텐데 최근 산불피해로 인해 조심스런 부분이 있었고 비가 계속 내려 계획된 일정의 일부를 실내활동으로 대체했다. 그 덕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보낼 수 있었다.

 

필자는 교육학과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스터디인  ‘자문회’ 학생들과 긴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어떻게 우리 학교를 오게 됐는지, 공부가 어렵지는 않은지, 어떤 꿈과 기대를 갖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우리 학생들 중에는 젊은 분도 있지만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있다. 어떤 분은 자녀를 이해하고 잘 키우고 싶어 학교에 오셨고, 인생의 힘든 일을 겪으며 자기에게 선물을 주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신 분도 있다. 갱년기 우울을 극복하고 잊고 있었던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방송대를 오신 분,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 함께 대학교 신입생이 됐다는 분, 많이 놀아봤지만 공부가 가장 재미있다는 70대 학생분, 공예와 미용 등 자신의 활동 영역을 평생교육 전문가로서 확장해 가려는 목표를 갖고 계신 분 등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공부에 대한 열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직장과 가정에서 여러 일들을 하는 바쁜 분들인데, 이들에게 공부는 짐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공부를 하면서 삶의 활력을 얻고, 학우들과 함께 성장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과 꿈을 키워간다. 방송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 앞에 반성하게 될 때가 많다. 나도 이만큼 공부를 좋아하나, 최선을 다하고 있나 돌아보게 되고, 열심히 강의를 듣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더 준비해서 잘 가르쳐 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방송대에 부임해서 처음 갔던 출석수업을 떠올려 보았다. 생애발달과 관련된 과목이었던 것 같다.

인간이 20대, 40대, 60대에 어떻게 성장하고 각 시기마다 어떤 발달과업을 갖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마흔 살의 내가 들어간 강의실에는 60대, 70대의 학생분들도 계셨다. 나는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책을 통해 이론으로만 알고 있는 60대의 발달과업에 대해 지금 그 시기를 살아가는 학생분들께 설명을 해야 하다니…. 20대 학생들 앞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이 들면서, 내가 아는 지식이 맞나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학생 여러분, 이 학자는 60대의 발달과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는데 살아보니 어떠신가요? 이 말이 맞는 것 같으세요?” 나이가 많은 학생분들은 재미있어하면서 맞다고도 하고,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의 교수들은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내가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이 정말 맞는지 의문을 갖게 되고, 나보다 더 많은 경험과 삶을 살아온 학생들로부터 그들의 지혜와 안목을 배우게 된다. 교수와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만났지만 먼저 읽어보고 발제하는 자세로 강의하고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그들을 통해 깨닫고 알게 되는 것이 더 많다.


부지런하고 눈이 반짝이는 나이 많은 학생들과 함께하느라 덩달아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이가 많든 적든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분들 덕분에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이 늘 행복하고 훈훈하다. 그런 점에서 필자가 방송대 일원이 된 것만으로도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방송대에 입학할지 말지 고민하는 분이 계신다면, 눈앞의 복을 꼭 붙잡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서 와서 같이 공부해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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