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대학본부 206호실이 오전 10시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2시부터 예정된 ‘총장-학생대표자 간담회’를 위해 소집된 제43대 전국총학생회 제2차 중앙상임위원회의(이하 중상위)에 중상위 위원들이 속속 참석했다.
각 지역대학 현안 도출한 중상위
제2차 중앙상임위원회의에는 김용출 전국총학생회장, 최우영 교무부총, 이민숙 실무부총, 황윤철 지역부총(경기)을 비롯해 이현범(서울), 홍경표(부산), 최여리(대구·경북), 권영주(인천), 변남식(광주·전남), 박찬웅(강원), 최홍근(전북), 박주봉(경남), 임용주(제주) 총학생회장, 노영민 사회과학대 연합회장, 이광순 교육과학대 연합회장이 참석했다. 김진영 대전·충남총학생회장을 대신해 김은수 수석부총, 박수용 충북총학생회장을 대신해 이성관 부총이 참석했으며, 이외에도 박강용 서울총학생회 수석부총이 함께했다. 진행을 돕기 위해 강희원 전국총학생회 정책국장과 김경화 사무국장도 자리했다.
이날 중상위는 ‘총장-학생대표자 간담회 안건’ 수렴에 초점을 맞췄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 결과, △학습관 폐관 기준과 향후 계획 △학생회 임원 장학금 배분 △총장 선거 참여 확대 △수강 신청 등 홈페이지 환경 개선 △노후화된 학습실 PC 교체 등의 안건이 도출됐다.
간담회 안건 수렴 외에도 총장배가요제 유치 희망 지역대학 선정 방식, 전국총학생회 임원 LT 개최, 전국 42개 방송고 입학 홍보, 대학본부 및 DMC 견학 지원 등을 논의했다.
학교 측이 마련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총학생회장들은 오후 1시 40분 다시 206호실로 모여 곧바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학교 측에서는 고성환 총장을 비롯해 이충기 학생처장, 김동우 학생부처장, 권호식 학생지원팀장 등이 참석했다. 예정 시각보다 조금 일찍 시작된 간담회는 살짝 긴장감이 감돌긴 했지만, 이내 분위기가 풀렸다.
김용출 회장이 간담회 전에 “학교를 대표하는 총장님께 각별한 예의를 갖춰주시고, 질문과 발언을 할 때에도 ‘학생’으로서 본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고, 고성환 총장도 “우리 모두 성숙한 모습으로 서로를 배려, 존중하면서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제한 없이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겠다”라고 ‘시간제한 없는 대화와 경청’을 강조한 것도 한몫했다.
학습관 폐관 기준과 지원책은?
해마다 신·편입생들이 감소하면서 지역대학에서는 학습관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이다 보니 총학생회장들은 ‘학습관 폐관’에 예민했다. 최여리·박찬웅 회장이 학습관 폐관의 기준, 향후 방안에 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권호식 팀장은 “당초 폐관 기준은 500명이었다. 그런데 500명으로 할 경우에는 급격하게 폐쇄될 학습관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부작용이 많다는 지역대학 학장님들과 직원, 학생회장들의 의견을 반영해 300명으로 완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충기 처장도 “학습관 폐쇄는 시설을 임대한 곳, 학생 수 300명 미만, 일일 이용자 수 등을 고려해 진행하고 있다. 무조건 300명 이하면 폐관하는 게 아니다.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곳부터 단계적으로 수순을 밟고 있다. 폐관으로 전환했더라도 학생회가 활동하고 있다면, 매월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학습관 폐관 지역 학생 현황을 파악한 후에 또 추가로 지원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검토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의견을 경청하던 고성환 총장은 “학습관 폐관은 방송대를 둘러싼 안팎의 변화의 산물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17년간 등록금 동결에다 해마다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예전 20만 명 규모를 유지하던 때에 비해 예산 규모도 3분의 1이 줄어든 현실이다. 학교 살림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실제 학습관 이용률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전수조사를 했는데, 하루 1~2명밖에 이용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한두 사람의 학습권을 위해서 너무 과한 분배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좀 더 효율적인 배분이라고 하는 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임원 장학금, 학생회 활성화 취지에서 지급
지역 학생회 임원들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에 대해서도 총학생회장들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현범, 황윤철, 홍경표, 권영주, 변남식, 임용주 회장 등이 이에 대해 질문했다. 지역 총학생회장들이 잘하는 학과 학생회의 임원들에게 전체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장학금을 배분하는 길이 막혔다는 것, 그런데 다양한 지역대학·총학생회 행사에 학우들의 참여를 독려하려면 뭔가 ‘당근책’이 있어야 하는데, 이 당근책을 총학생회장이 활용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이충기 처장은 “학생회 임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학생회 중심으로 학과를 잘 이끌고, 학생회를 좀더 육성하자는 취지다. 학생회가 결성되지 않은 곳에는 원칙적으로 장학금이 나가지 않으며, 이 자원을 다른 학과 임원에게 지급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라고 장학금 지급 의미와 기준을 재차 설명했다.
고성환 총장은 “지역 학생회장들의 말도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학생처장께서 설명한 것처럼, 학생회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학과의 학생회를 활성화하자는 데 취지가 있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지금 우리 지역 회장님들이 장학금 배분 의견을 가지고 있으니, 학생처에서는 다시 한 번 꼼꼼하게 검토해도 좋겠다”라고 논의를 정리했다.
이외에도 학생 대표자들인 총학생회장들은 올해 가을 치러질 총장 선거에 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해달라는 제안을 내놨다. 고성환 총장은 ‘총장추천위원회’에 학생 대표 2인이 참여하므로, 거기서 논의하면 되겠지만, 구성원 모두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1시 40분에 시작한 간담회는 4시 15분까지 이어졌다. 고성환 총장은 “간담회에서 미진했던 부분은 6월 21일 열리는 전국총학생회 임원 LT 때 살펴보자”라고 말했다.
총장과 학생 대표자들의 만남은 자칫 형식적인 자리가 되거나 감정적 과잉과 날 선 주장으로 얼룩질 수도 있지만, 이날 간담회는 좀더 생산적인 소통의 길을 연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제43대 전국총학생회가 꾸려진 뒤 처음으로 총장과 학생 대표자가 만나 학생들의 생각, 학교 운영의 어려움과 방향 등을 서로 경청하고 이해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