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총장 고성환, 이하 방송대)가 2025학년도 2학기 신·편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기간은 7월 8일(화) 밤 8시까지다. 신입생인 1학년은 4만1천510명을, 편입생 2학년은 3만9천220명, 3학년은 4만1천782명을 모집한다. 이 가운데 재입학생 모집도 눈여겨볼 만하다. 방송대 학사과정에서 제적된 학생이 제적 전의 학점 등을 인정받고 동일 학과에서 중단된 학업을 재개하는 것으로 잔여 학점 취득 등 졸업요건을 충족해 졸업하는 제도다. 현재 개설된 24개 학과에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 대상은 방송대 학사과정 제적생으로, 현재 개설 학과에서 제적된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254호 커버스토리에서는 재입학의 의미와 실제로 재입학을 실천하는 동문 학우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젊은이들과 어울린다면
나는 노인이 아니다.
젊은 청춘이다.
그래서 방송대는 노년들에게
젊음을 가져다주는
회춘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
- 11번째 학과에서 공부 중인 김상문 동문
잠시 시계를 2024년 4월 18일, 경남 진해시 이순신리더십 국제센터로 돌려 보자. 이날 전국총동문회 동문통신원단 연수와 전국회장단 간담회를 마친 뒤 고성환 총장과 손현례 전국총동문회장이 ‘모교 재입학 캠페인 상호협력 협약식’을 가졌다. 방송대 신입생 감소에 따른 모교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졸업한 동문들이 ‘동문 재입학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총동문회, 재입학 캠페인 펼친 이유
재입학 캠페인의 의미는 당시 고성환 총장과 손현례 회장의 말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성환 총장은 “이미 졸업한 동문들이 전국 곳곳에서 모교를 위해 재입학 캠페인을 자청한 것은 학교로서도 무척 고마운 일이다. 학교와 동문이 더욱 단합해 지혜를 찾으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손현례 회장은 “재입학을 통해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을 추구하는 우리 동문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함으로써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종 행사에서 동문 재입학 캠페인을 벌이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동문회를 중심으로 재입학 캠페인이 시작됐다.
방송대학보〈KNOU위클리〉도 ‘KNOU광장’면의 ‘마로니에’ 꼭지를 ‘동문 재입학 캠페인 다시 뛰는 방송대인’으로 할애해 재입학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이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은 ‘발전기금 1만 원 기부 릴레이’ 취지에 공감해 원고료 가운데 일부를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남총동문회(회장 김철수)도 ‘동문 재입학 캠페인’을 확산하기 위해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철수 회장은 “경남총동문회장으로서 올해의 계획은 편·입학생 감소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대학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동문 재입학 운동을 추진해 모교 사랑 정신과 평생학습자로서 100세 시대의 새로운 꿈을 우리 대학을 통해 펼치게 함으로써 방송대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동문 재입학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공약을 내걸고 실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남총동문회의 ‘동문 재입학 운동’의 실천 방안은 이렇다. 방송대 4개 단과대학과 1개 학과 이상(4개 학과)을 졸업했거나 혹은 2025년에 한시적으로 3개 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4번째 학과에서 학업을 하는 학우에게는 경남총동문회가 ‘자랑스러운 방송대인’을 분기별로 선정해 상패를 수여한다는 것이다.
경남총동문회가 주관하는 ‘자랑스러운 방송대인’ 첫 번째 수상자는 은윤기 학우(71) 학우다. 은윤기 학우는 2007년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쉼 없이 재입학해 청소년교육과(2010), 유아교육과(2015), 교육학과(2018), 통계·데이터과학과(2025)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생활과학부 2학년에서 평생학습자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틈나는 대로 주변 지인들에게 방송대 입학을 권유하고 있다는 은윤기 학우는 “지금 제가 일흔이 넘었는데도 유치원 배움터지킴이 2년 차로 근무하고 있다. 면접 때 방송대에서 취득한 유치원 정교사 2급과 보육교사 자격증이 도움이 된 것으로 안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배움을 이어간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더 배워서 이웃과 사회 위해 살고파”
‘마음에 품었던 공부’를 겨냥해 재입학을 활용하는 동문들도 있다. 공부를 통해 이웃이나 사회에 뭔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도 크다.
정년을 앞두고 방송대 농학과에 입학한 이후 10년을 방송대와 함께한 전직 경찰공무원 조현권 동문은 농학과를 마친 뒤 관광학과를 거쳐 법학과에 편입학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청춘을 다 보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바쁜 경찰공무원 생활이었지만, 그 시절 다 못했던 법학 공부가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아, 마음을 크게 먹고 지난 3월 법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배워서 남 주나’란 것이 있지 않나. 앞으로 배워서 남에게 더욱 베풀고 나누고 도움 주는 것 또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였던 이혜선 동문은 지난 3월 영어영문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이 동문의 경우, 이번 영어영문학과 도전은 두 번째다. 오래전 그는 교사로 근무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방송대를 찾았지만, 일과 육아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게 너무 어려워서 한 학기도 마치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이후 다시 관광학과에 도전해 졸업하고, 셰익스피어의 영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재입학을 선택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방송대와의 만남은 새로운 꿈을 꾸고 그 안에서 삶이 더욱 행복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살아온 세월도 환경도 모두 다른 학우들이 모여 있는 방송대,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배우고 있다. 앞으로 2년 후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면, 수학으로 살아온 인생 한 부분과 영어로 살아가게 될 남은 인생에 취미인 음악을 합쳐 사회를 위해 살고 싶다.”
청소년교육과를 졸업한 박윤하 동문은 “졸업과 동시에 작은 꿈 너머의 꿈을 위해 어떤 성장이 필요한지 스스로 묻고,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 ‘건강’에 주목하게 됐다. ‘건강한 청소년’이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 박 동문은 새로운 성장을 위해 다시 방송대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생활체육지도과였다.
“재입학은 회춘의 기회다!”
젊은 학우들이 부르기에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재입학을 계속 선택하게 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올해 광주·전남지역대학 입학식에서 최고령(85세) 최다학과(11개 학과) 학우로 소개돼 박수를 받은 김상문 동문이다. 1982년 방송대와 처음 인연을 맺은 그는 지난 2월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생활체육지도과에 편입학했다. 오랜 시간 ‘재입학’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방송대라는 삼밭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린다면 나는 노인이 아니다. 젊은 청춘이다. 그래서 방송대는 노년들에게 젊을 가져다주는 회춘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금년 2월에 졸업하고 그만두고 싶어도 마땅히 함께 놀아줄 친구들이 없어 두려웠다. 그래서 같이 놀아줄 젊은 친구를 찾아 생활체육지도과에 편입학했다. 편입학을 축하하는 후배들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나는 그들로부터 진정한 박수를 받았다. 젊은 학우들이 나를 부르기에 ‘그만두고 싶다’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고 싶다’로 마음이 바뀌었다. 그게 전부다.”
사정은 모두 다르지만, 재입학을 선택하는 학우들에게는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은 늘 나의 존재 이유를 성찰하게 마련이다. 재입학 신청 기간은 오는 7월 1일(화)까지며, 재입학 승인 및 발표일은 7월 10일(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