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방송대생 디지털 리터러시 현주소

“돼지털? 디지털!” 20여 년 전 휴대폰 광고에 나왔던 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의 우리는 첨단 IT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년층에겐 여전히 디지털은 돼지털입니다. IT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죠. 노년층은 현금 의존도가 높은데, 현실에선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실물 신용카드 대신 휴대폰으로 신용카드 바코드를 보여주는 식의 결제를 선호하는 곳도 많아졌고요. 점원을 대신해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게 보편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3일부로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1천24만4천550명이 돼, 전체 주민등록인구(5천122만1천286명)의 20%를 기록하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그만큼 대비가 필요할 때입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방송대가 노년층을 포함한 학생들의 디지털 격차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컴퓨터 초보라서 입학 망설였지만
몇 학기 반복 학습하니
어느새 나도 당당한 ‘방송대인’
대학 곳곳 조력자와 함께 해요.”

 

방송대는 고등평생교육을 수행하는 원격학습 방식의 국립대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디지털 격차 현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방송대 미래원격교육연구원(원장 이봉민)은  학생들 간 디지털 격차를 최소화하고 모든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탐색, 도출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방송대 정책방안 연구」(과제책임자 정혜령)를 실시했다. 방송대생의 디지털 능력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담겼다. 이 보고서는 고령학습자들이 호소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심층 인터뷰로 담아냈다.

고령일수록 ‘원격교육 방식’에 서툴러
실제로 앞선 조사에서 방송대의 원격교육 방식 때문에 입학 지원 당시 망설였다는 학생들의 응답도 있었다. 「2022학년도 재학생 실태조사」(과제책임자 서희정)에서 방송대 진학 결정을 어렵게 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12.4%가 ‘원격교육 방식에 적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를 선택해 8개 조사항목 중 3순위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 항목을 택한 비율이 높아져, 고령 학습자들이 이 같은 이유로 방송대 입학을 망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지난해 조사에서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서 나온 응답들이다. 4학년 학우들의 신입생 시절 회고다.

“처음에 컴퓨터 켜는 것을 누르니까 켜지는데 끌 줄 몰라서 코드를 뽑아버렸어요. 그랬더니 뭐 컴퓨터 헤드가 나가버렸다고. 급하니까 딸한테 얘기했더니 막 난리가 났죠. 안에 헤드가 다 이제 나가버리고 전부 다 제로가 돼버렸다고. 투덜투덜하면서도 새 걸로 사주더라고요.”

-중어중문학과 4학년 70대 A씨


“나 혼자 이제 막… 마우스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막 혼자 소가 뒷다리 쥐 밟듯이 막 혼자 터득했어요. 그러다 뭐가 하나 되면 ‘이거 되네’ 했지요. 혼자서 ‘이거(과제물) 어떻게 보내…’ 하면서 키보드를 치는데요. 영어를 치려니 이제 잘 못 쳐요. 한 달 내도록 키보드를 이제 친 거야. 그러니까 손가락이 막 당기고 그랬어요.”

-영어영문학과 4학년 70대 B씨

 

고령 학습자의 경우 학습에 대한 열망은 높을 수 있으나 기초적인 수준의 디지털 활용 능력이 부족한 경우, 본격적으로 학업을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주로 동료 고령 학습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해결하고 있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고령 학습자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후배들을 돕기 위해 직접 그림 파일을 만들어 카카오톡 채팅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방송대인의 남다른 디지털 자신감
앞서 주목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방송대 정책방안 연구」에는 방송대생의 디지털 능력에 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들이 소개됐다.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이해도)를 다양한 측면에서 측정했는데, 디지털기기 이용 효능감 부분에서 방송대생들이 일반 국민보다 남다른 자신감을 지니고 있음을 수치로 확인했다.


‘더 많이 이용하고 싶다(방송대 90.5점. 일반 국민 72.6점, 이하 점수만 표기)’, ‘사용 방법을 빠르게 알아낼 수 있다(72.1점, 62.3점)’, ‘활용하는 데 자신이 있다(80.6점, 65.9점)’, ‘배우는 데 자신이 있다(86.5점, 68.9점)’ 등 모든 문항에서 일반 국민의 점수보다 높았다.


방송대생(2024년 기준)과 일반대생(2023년 기준)의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조사 결과에서도 방송대생의 지표가 두드러졌다. 5개 부문 중 △디지털 숙련도 △탐색 및 검증 △디지털 윤리 부분에서 방송대생의 점수가 일반대생보다 높았고, △분석 및 활용 부문에서 근소하게 1점 이내 차이로 밀렸으며, △디지털 활용 학습 부분에선 방송대생들이 34.13점으로 일반대생 42.24점에 비해 크게 뒤졌다.


다만 이 조사에서는 60대 이상 집단의 점수가 디지털 리터러시 6개 영역(△디지털 숙련도 △탐색 및 검증 △분석 및 활용 △디지털 윤리 △디지털 활용 학습 △디지털 자기효능감) 모든 부분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전 연령대가 분포하고 있는 방송대생의 디지털 역량 수준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반대생, 그리고 일반 국민과 비교해볼 때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은 시사적이다. 원격대학 입학을 결정한 학습자들의 디지털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방증이다. 더 나아가 방송대의 교육환경이 기초 수준의 디지털 역량으로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도록 이미 조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방송대생 간 디지털 격차가 크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연령이나 학업 수준으로 볼 땐, 디지털 격차가 벌어져 있음이 두드러지는 점 등을 유념해야 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생들의 교육요구도 수준에 따라 다양해 이를 고려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학습 기회 곳곳에 열려


사회 전반에서 고령자 디지털 격차 문제가 심중하지만, 방송대의 경우 학교 자체가 디지털을 수단으로 한 학습의 장이라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방송대에 재학 중인 고령 학우라면 아마 디지털 학습을 각오하고 입학했기 때문에 이미 그것만으로 충분히 ‘스마트’해질 준비가 된 분들이라 할 수 있다.


방송대에는 디지털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길이 마련돼 있다. 학기 초 학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중앙도서관 과제물·정보 활용 교육 교실에 가보면, 공부법을 배우러 온 중장년층 학우들이 상당히 많이 참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과제물 작성법 및 제출하는 방법, 자료 찾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 물론 배우려는 열정은 크지만, 이 자리에서 소개되는 기초적인 내용조차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학우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학우들이라면 슬며시 다른 조력자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입학 첫 학기에 배정되는 멘토의 도움을 받거나 지역 대학에 연락한다든가, 학과 학생회나 스터디에 가입해 선배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방송대 홈페이지에는 ‘인터넷 상담’ 서비스가 있다. 특히 고령 학우들에게 인기가 많은 서비스다. 미래원격교육연구원의 통계사업보고서인 「2024학년도 재학생 실태조사」(과제책임자 이솔비)를 보면 방송대 홈페이지 인터넷 상담 서비스는 모든 연령대에서 반응이 좋았는데, 70대 이상 학우들의 경우, 응답자의 29.2%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특히 이번 학기엔 컴퓨터 완전 초보 학습자를 위한 강의도 유노캠퍼스에 처음 공개됐다. 정재화 교수(컴퓨터과학과)가 강의한 「디지털 생존기 101: 한글에서 ChatGPT까지」다. 학점이 배정된 강의가 아니어서 재학생이라면 누구든지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강의 목차를 보면 윈도우11 실행에서부터 최신 기술인 챗GPT 활용법까지 초보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그 어느 곳보다 디지털 능력을 고양하기 좋은 곳이 바로 방송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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