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방송대문학상 공모전 마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방송대문학상은 5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데서 알 수 있듯 그 역사와 의미가 깊다. 등단을 목표로 한 이들에게는 ‘등용문’의 역할을 하고, 대학 재학 중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성찰의 창구로도 기능한다. 2년 전, 한 재소 여학우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났다고 위클리로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8월 29일(금) 마감하는 2025년 제49회 방송대문학상에 많은 학우들이 도전하기를 기대하면서, 응모작을 창작하고 있는 이들에게 ‘중간 점검’ 포인트를 공유하는 ‘방송대문학상에 도전하기’를 커버스토리로 준비했다. 방송대문학상에 도전해 당선의 영예를 얻은 학우들과 현역 시인, 소설가들의 조언을 담았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당선자들은 방송대문학상이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장’이 됐다고 입을 모으면서,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볼 것을 권유했다.
마감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올해 제49회 방송대문학상은 시, 단편소설, 에세이 등 3개 부문에서 작품을 접수하고 있다. 기존의 단편동화 부문, 희곡·시나리오 부문은 응모작이 해마다 줄어들어 공모전에서 제외했다.
시: 새로운 시선과 감각 그리고 문장
시 부문은 단편소설 부문이나 에세이 부문보다 분량 면에서 수월해 보여선지 매년 가장 많은 응모작이 몰리고 있다. 응모작이 많은 건 좋은 현상이지만, 습작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는 건 문제다.
제47회 방송대문학상 시 부문 예심을 진행했던 유형진 시인은 “일기와 같은 내용의 글에 시 형태의 행갈이만 해놓은 글들도 상당수 있었다. 일상적 소재 속에서도 발화자의 고유한 인식과 새로운 시선으로 포착된 문장이어야 시로 읽힐 수 있다”라고 당시 예심평을 남겼다.
시 부문에 도전하는 학우들이라면 유형진 시인이 말한 ‘고유한 인식과 새로운 시선’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당선작에 대한 평가도 참고하면 유용할 것이다.
제47회 방송대문학상 시 부문 본심 심사를 맡았던 김소연 시인은 당시 당선작을 두고 “시인이 자신이 쓰고 싶은 모티브를 어느 만큼 골똘히 상상하고 섬세하게 감각해 보았는지가 고스란히 배어난 작품이었다. 첫 행부터 마지막 행까지 군더더기 없는 문장은 물론이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깃든 리듬의 완급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대상에 몰입하는 태도와 물러서는 태도, 두 작용 모두를 균형 있게 갖췄다는 점도 눈에 띈다”라고 평했다.
단편소설: 경험과 상상력, 묘사와 퇴고
단편소설 부문은 200자 원고지 70매 내외가 기준이다. ‘플롯’이라는 소설의 구조 미학을 이해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70매를 써내려갈 수 있는 소설적 체력을 지녀야 한다. 지난 제48회 방송대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인 허석준 학우는 매일 A4 한 장씩 글 쓰는 것을 습관화했다. 방송대문학상에 당선된 것을 계기로 대학원 문예콘텐츠창작학과에 진학한 그는 후배들에게 이런 조언을 들려줬다.
“단편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사 구조의 시작과 끝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중간에 흐트러지거나 끝맺음 없이 마무리되면, 독자의 기억에 남기 어렵다. 저는 보통 도입과 결말을 먼저 구상해 두고, 속을 채워가듯이 쓴다. 결말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면, 중심을 놓치지 않고 흐름 있게 쓸 수 있어 도움이 된다. 특히 도입부는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첫 문단에서 이야기의 방향이나 긴장을 암시하지 못하면, 끝까지 읽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또 “문체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문장은 간결하고 논리적이어야 하며,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길면 독서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전개 과정에서는 시간적 전개에만 의존하지 말고, 회상이나 장면 배치에 변화를 주어 긴장감을 조절하는 것도 좋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번 꼼꼼하게 퇴고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제47회 방송대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인 김태완 동문도 일기처럼 소설 쓰기를 7~8년 하면서 체력을 키웠다고 고백했다. 김 동문은 단편소설 부문에 도전하려는 후배들에게 ‘끝까지 쓰고, 그렇게 쓴 이야기를 거꾸로 읽어보기’를 강조했다.
“이미 원고를 완성하신 학우님도 있지만, 이제야 비로소 단편소설의 첫 문장을 아슬아슬하게 쓴 학우님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저는 그런 학우님께 끝까지, 학우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 학우님이 결단코 손을 놓고 싶지 않은 그 주인공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마무리된 나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발표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는 소설가 정유정의 이야기를 빌려와 ‘자신의 글을 거꾸로 읽는 것’을 퇴고의 좋은 팁으로 소개했다. 즉, 거꾸로 읽으면 생소한 느낌을 받고 그 생소함 덕택에 매듭이 묶이지 않았거나, 떡밥 회수가 되지 않았거나, 등장시켜놓고 깜박 잊어버린 인물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경험과 상상력의 관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방송대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심사위원을 지낸 한 중진 작가는 ‘경험의 빈자리를 채우는 상상력’의 중요성을 환기하면서, “경험은 소설을 쓰는 데 리얼리티를 살려주는 기능을 할 수 있으나 소설의 전부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모든 소설은 허구이고, 허구는 상상을 활용해 실제와 다른 변형과 변주, 새롭게 끼워넣기를 하는 것이다. 평소 세심하게 관찰하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기억 속의 이미지를 공간 안에 구축할 수 있는 묘사훈련을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에세이: 경험을 녹여내는 성찰적 글쓰기
방송대문학상의 독자성이자 특별함은 ‘에세이 부문’에서 찾을 수 있다. 자기성찰적 글쓰기인 에세이를 문학상의 범주에 넣고, 이를 학우들의 글쓰기로 일상화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제47회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 당선자인 유승본 학우는 에세이를 가리켜 “일상에서 경험한 희노애락의 장면과 지식 그리고 기능 등을 통해 색다른 느낌과 깨달음을 얻고, 자기성찰을 통해 삶의 형식을 재구성하는 글쓰기”로 규정한다.
흔히들 에세이를 수필처럼 ‘물 흐르듯 붓 가는 대로’ 쓰는 글로 생각할 수 있지만, 좀더 조직화된 글쓰기로 여기고 문학상에 응모했다고 밝힌 유 학우는 “글 전체를 하나의 인생, 하나의 현상, 하나의 가치관 등으로 정하고, 주제에 대해 가능한 한 깊고 폭넓은 관점에서 공간과 시간을 넓혀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영역을 쉽게 표현한다면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느 장르와 달리 에세이 부문은 매년 새로운 주제를 글감으로 제시하는 게 특징이다. 올해 에세이 부문 주제는 ‘내 인생을 바꾼 선택’이다.
제48회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 당선자인 송명흡 학우의 경험담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48회 문학상에서는 공모 주제가‘시간’이었다.에세이는 자기 경험에서 소재를 찾는 게 기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그래서‘시간’이란 주제어를 큰 종이에 써 놓고,몇 날 며칠을‘시간’생각만 했다.저는 목적지 없이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가면서 습작을 구상하는 편이다. 그렇게 ‘시간’이란 단어에 주목하며 거기서 연상되는 단어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파생되는 개념어들을 모으고, 거기서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개인적 경험과 사건들을 정리했다.그런 것들만 따로 모아 놓으니 어떤 것은‘스토리’가 되기도 하지만,또 어떤 것은‘텔링’에서 멈췄다. 결국‘서사’에 힘이 실려야 했다.다시‘사유’하기 시작했다.”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지기 마련이다. 송 학우는 초고를 마치고, 응모 전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수정했다고 귀띔했다. 또 하나, 그가 강조한 것은 ‘솔직함’이다. 에세이는 자기성찰적 글쓰기이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용기가 필요한데, 솔직하고 정직할수록 글은 힘을 지니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들 당선자들은 방송대문학상이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장’이 됐다고 입을 모으면서,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볼 것을 권유했다. 마감일인 8월 29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