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공부가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스물셋의 나는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가정형편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은 언제나 공부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림자처럼 늘 나와 함께 했다.
대학 대신 직장을 다니던 어느 날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주변에서 방송대가 있다는 걸 알려줬다. 그렇지만 등록하는 방법을 알 수 없어서 문턱에 닿지도 못했다. 그 무렵 지인으로부터 “방송대에 등록할 건데 같이 공부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너무나도 기뻤다.
1학년 때 스터디에 가입해 공부하던 나는 학과 최초로 2학년 때 학생회 집행부로 참여하면서 3년간 다양하게 활동했다. 학생회 임원을 하다 보니 학과 교수님들과 함께 지역 행사를 다니며 대학 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나서도 매년 ‘방송대 신·편입생 모집’을 시작할 때부터 이듬해 5월까지 20년 넘게 사춘기처럼 ‘공부 앓이’를 했다. 뭔가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여전히 방송대와 연애 중인 것 같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연애….
2001년도에 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학했지만, 결혼생활로 인해 등록을 포기했다.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청소년기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 당시 떨어지는 낙엽에도 삶에 무게를 느껴야 할 만큼 심적으로 힘들었던 나는 잠깐 잊고 있었던 공부가 생각나서 2023년 청소년교육과 2학년에 편입했다.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 무슨 공부를 하느냐”라고 말했지만, 공부는 짝사랑처럼 늘 나를 설레게 하고 가슴을 뛰게 했다. 한 과목이라도 더 공부하고 싶어서 2학년에 편입했는데, 많이 바뀐 공부 방식이 낯설기도 했지만 공부하는 것이 그냥 마냥 좋기만 했다.
재학생이면서 동문인 나는 지난해에 제28대 전국총동문회 임원과 전국동문통신원단 활동을 같이 하게 됐다. 간사라는 직책까지 맡았다. 과거 중문학과 재학 시절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요긴하게 다시 쓰인 셈이다.
지난 5월 공주에서 열린 전국동문통신원 연수를 통해 통신원으로서의 사명에 대해 자각하게 된 후 기사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 깊어졌다. 동문통신원은 졸업한 동문과 학교, 재학생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
때로는 기사를 써야 하는 압박감도 있었지만 그 또한 기분 좋은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써야 할 기사에 대해 고민하는 나를 보며 작은 아이가 “엄마는 기사 쓸 때가 제일 행복해 보여”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통신원으로서의 자긍심이 더욱 깊어졌다.
내가 살면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방송대를 선택한 일이다. 방송대와의 인연으로 젊은 시절 마음껏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지금은 또 다른 보람을 안고 뜻깊은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1991년 학교에 들어와 졸업한 동문이자, 2001년 중도 포기자, 그리고 현재 재학생으로서 지금의 학교를 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요즘 신·편입생이 줄고 있어서 예전처럼 북적이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우들이 북적이는 방송대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연애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다시 북적이는 방송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