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결국 돈의 선순환에 관한 우화(寓話)다. 차이라면,
전자는 새롭게 주입된 돈이 경제의 유동성을 증가시켜
빚을 청산하고 ‘재무경제’를 개선시키는 선순환인 반면,
후자는―후보가 진짜 말하려던―승수효과를 통해 한 사람의 늘어난 소득이 소비를 유발하고
이는 다른 사람의 소득 증가를 통해 다시 연쇄적 소비 증가로 이어짐으로써
‘실물경제’를 활성화하는 선순환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첫 번째 이야기. 어느 마을에 낯선 여행객이 나타나 한 호텔에 묵으러 들어갔다. 그는 100달러 지폐를 보증금으로 맡기고 2층의 방 상태를 점검하러 올라갔다. 호텔 주인은 즉시 이 돈으로 옆 식료품 가게에 밀린 외상값을 갚았고, 식료품 가게 주인은 이를 가게에 물건 대주는 도매업자에 진 빚을 갚는 데 썼다. 도매업자는 이 돈을 밀린 월세를 내는 데 썼고, 월세방 주인은 이를 다시 술집 외상값 갚는 데 썼다. 이 호텔에 장기 투숙 중이던 술집 주인은 이 돈으로 밀린 방값을 냈다. 그러자 2층에서 방을 둘러본 후 카운터로 내려온 여행객은 방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보증금 100달러를 돌려받고 마을을 떠났다(R. McTeer(2011), “The Tale of the $100 Bill”, Forbes).
두 번째 이야기. 작은 마을의 여행사 사장 나여행은 어느 날 아침 세무사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사장님, 이런저런 세금 공제 및 환급을 더해보니 낼 세금이 작년 대비 절반인 5천만 원 정도로 줄었네요!” 나여행은 확 줄어든 세금에 들뜬 나머지, 단골 자동차 매장의 딜러인 차도남에게 바로 전화한다. “차 실장, 세금이 깎여 공돈이 생겨 그러는데 지난번 봐두었던 SUV 말이야. 오늘 계약하지!”
차도남 역시 갑자기 늘어난 매출에 흥분한 나머지, 큰맘 먹고 이사 예정인 신혼집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인테리어업자 허물어에게 전화한다. “허사장님, 일전에 얘기했던 리모델링 건 있죠. 지난번 견적대로 계약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허물어는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평소 알던 기술자 세 명에게 바로 연락해 공사 계약을 맺었다.
다음 날 오후, 나여행은 세무사로부터 또 전화를 받는다. “사장님, 착오가 있어 다시 계산해보니 올해도 작년이랑 낼 세금이 거의 비슷하네요. 혼란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엔 차도남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제 말씀하신 모델의 주문이 워낙 밀려있어 지금 주문하면 1년 정도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요… 가능하실지?” “흠. 안 그래도 어제 말한 공돈까지 사라져버린 마당에, 이거 주문을 취소해야 하나….” “앗! 세금이 깎였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알고 보니 세무사가 실수로 잘못 계산한 거더라고.” “아… 그럼 주문 취소하시나요? 인도일이 늦어져 저도 드릴 말씀이….”
나여행이 작심한 듯 대답한다. “기왕 주문한 거 그대로 갑시다. 세금은 그렇다 쳐도 어제 오후에만 패키지 여행 계약이 3건이나 성사돼 매출이 쏠쏠하니까, 차 한 대 뽑는 것쯤 괜찮을 듯. 근데 요즘 인테리어 공사들을 많이 하긴 하나 봐. 어제 계약한 고객 셋이 전부 인테리어 기술자들인데 다들 새로 일거리가 들어와서 큰맘 먹고 가족 여행을 간다네그려….”(A. Buchwald(1975), “Squaring the Economic Circle”, Cleveland Plain Dealer).
앞 이야기는 지난 대선 당시 한 후보가 유세에서 말해 뜨거운 논란이 됐던, 이른바 ‘호텔경제학’ 이야기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뒷 이야기는 후보의 본래 취지에 보다 가까운, 기존의 ‘승수효과’에 관한 예시를 필자가 각색한 것이다. 둘 다 결국 돈의 선순환에 관한 우화(寓話)다. 차이라면, 전자는 새롭게 주입된 돈이 경제의 유동성을 증가시켜 빚을 청산하고 ‘재무경제’를 개선시키는 선순환인 반면, 후자는―후보가 진짜 말하려던―승수효과를 통해 한 사람의 늘어난 소득이 소비를 유발하고 이는 다른 사람의 소득 증가를 통해 다시 연쇄적 소비 증가로 이어짐으로써 ‘실물경제’를 활성화하는 선순환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까칠한 여행객이든 어수룩한 세무사든, 누가 됐든 간에 어렵게 출범한 새 정부가 선순환의 마중물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