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는 다양한 전공 제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폭넓은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제도는 2025년 1학기부터 첫 시행된 마이크로전공(Micro Degree)이다. 복수전공보다 작은 단위로, 관심 있는 교과 과정을 경험하고 이수해 취업과 진로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이런 마이크로전공을 최초로 이수한 이선주 학우(보건환경안전학과 3)를 이메일로 만나 그의 특별한 경험을 들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국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이선주 학우는 2023학년도 1학기에 통계·데이터과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 올해 8월에 졸업했다. 2025년 1학기에 마이크로전공인 영어독서지도(영어영문학과 전공심화) 과정을 이수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배움을 이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방송대에 개설된 전공을 모두 이수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려면 오래 살아야 할 것 같다. (웃음) 제가 편입학하던 때에 이미 방송대에서 10여 개의 전공을 이수하신 선배님의 인터뷰를 학보 위클리에서 본 것이 이런 생각을 지니게 된 데 크게 작용했다.”
평소 데이터사이언스 분야에 관심을 둬서 공부할 방법을 찾다가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방송대를 선택한 이 학우는 “처음에는 막연한 마음이었지만, 방송대 생활에 큰 만족감을 느껴 8월에 졸업과 동시에 보건환경안전학과 3학년으로 다시 편입했다”라고 말했다.
많은 학우들이 통계·데이터과학과가 공부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마이크로전공까지 완주했다. 그는 자신처럼 ‘얼렁뚱땅’ 공부하더라도 마이크로전공을 이수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학우들은 부담 없이 도전해보라고 권했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을 느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시험 성적이나 스스로 공부하는 정도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졸업하겠다는 심정으로 일단 밀어붙였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마이크로전공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본인의 스토리를 만들고
특정 분야에 관한 관심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더 많은 학우들이 이 새로운 길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잡기를 희망한다.”
자격증을 넘어 시야를 넓히다
이 학우가 마이크로전공을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계획적이었다기보다는 ‘우연’에 가까웠다. 2025년 1학기에 마이크로전공 제도가 처음 시행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마침 마이크로전공 교과목에 해당하는 3개 과목을 이미 이수한 상태였다. 주전공 졸업을 위해 한 과목만 더 들으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기왕에 마이크로전공 조건을 갖췄다면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두 과목을 더 수강했다.
이 학우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한 것이 끝까지 완주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 결과, 그는 마이크로전공을 최초로 이수한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 학우가 선택한 마이크로전공은 ‘영어독서지도’였다. 평소 외국어 공부를 좋아했던 그는 프라임칼리지 평생교육과정에서 영어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이 과정을 시작했다. 시립도서관에서 영어독서 지도 강사를 구하는 채용공고를 보며 자격증의 필요성을 느꼈고,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자격증 시험을 신청했지만, 본업이 바빠 시험장에 가지 못하는 아쉬운 일도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전공으로 심화 공부를 할 수 있었기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로전공 과목들이 폭넓은 독서 장르와 사고방식, 그리고 영어 발음(파닉스 등)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돼 있어 흥미로웠다.”
특히 인상 깊었던 수업으로는 프라임칼리지 과정에 있었던「영어철자의 비밀과 파닉스」를 꼽았다. 쉬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영어를 지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분야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더 많은 마이크로전공 만들어줬으면”
마이크로전공이 진로나 취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묻자 그는 “지금 당장 직접적인 활용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의 앞날에 필요한 순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영향이 있다”라며 배움 자체의 가치를 강조했다.
“마이크로전공을 통해 기존 전공과는 다른 배움과 시야의 확장을 경험했다. 자연과학 분야인 통계·데이터과학과를 전공하며 어문학인 영어독서지도(MD)를 공부하다 보니, 전공마다 조금씩 다른 문제해결 방식이 무척 재미있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설명을 더 이어갔다.
“예를 들어 어떤 사회현상에 대해 통계·데이터과학과에서는 취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에 개발된 법칙(?)에 따라 분석하는 연습을 했다면, 어문학에서는 언어로 표현된 생각과 감정을 탐구하면서 본인이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는 사고 훈련을 좀 더 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경험은 융합적 사고와 다학제적 이해를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 학우는 이 제도가 학생들의 선택권과 기회를 확대하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학문을 접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자신과 같은 이들에게 방송대가 좋은 대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대감도 밝혔다.
“현실적으로 3학년 편입으로 들어와서 복수전공까지 이수하려면 주전공보다 복수전공에서 들어야 하는 전공과목의 수가 많은지라,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싶었던 저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이크로전공이 기능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마이크로전공을 이수했다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 분야에 관한 관심을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신청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전공으로 편성된 교과목들은 교수님들께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는 데 꼭 필요한 핵심 과목들로 엄선하셨다고 믿기에 앞으로 컴퓨터과학과+통계데이터과학과, 생활체육지도과+식품영양학처럼 다양한 전공이 융합된 마이크로전공이 더 많이 개설되기를 바란다.”
또한, 향후 제도가 안정화돼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도 특정 과목을 이수하면 자동으로 마이크로전공 이수가 될 수 있다면 더욱 편리할 것이라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새로운 길, 성장의 기회
영어 공부를 좋아하거나 본인 스스로에게 영어독서지도(MD)를 해보고 싶은 학우들에게 이 마이크로전공을 추천하고 싶다는 이선주 학우는 이런 말로 인터뷰의 마침표를 찍었다.
“마이크로전공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본인의 스토리를 만들고 특정 분야에 관한 관심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런 길도 있단다’라며 특정 분야의 권위자들이 편성한 교과목으로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할 것이며, 더 많은 학우들이 이 새로운 길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잡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