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최대의 온라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저작권 보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학습 현장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실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제3차 체험형 저작권 워크숍’이 대학교재 불법복제 예방을 위한 특강과 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지난 9월 11일 오후 6시부터 서울지역대학 9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국대학출판협회(이사장 신선호)와 방송대출판문화원(원장 박지호)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후원했다.
이번 특강 및 토론회 1부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위원으로 활동하는 김기태 세명대 교수(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가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표절과 저작권 침해」를 발표했다.
그는 저작권을 보호하는 이유, 저작물의 의미, 표절과 저작권 침해 사례, 인공지능(AI)과 저작권 문제 등을 짚으면서 “불법복제는 창작 환경을 파괴하는 악성종양이자, 미래의 창작자로 성장해야 할 대학생에게는 건강을 좀먹는 불량식품 같은 것이며, 무엇보다도 학습자로서의 기본자세를 저버린 행위”라고 경계했다.
“불법을 숨기게 만들지 말자”
‘특강 및 토론회’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제2부의 토론이었다. 이날 3개 팀이 발제 및 토론을 진행했는데, 1팀은 조성원 학우(미디어)가 발제자, 박재현 학우(미디어)가 토론자로, 2팀은 오창환 학우(일본)가 발제자, 이현범 학우(생활체육)가 토론자로, 3팀은 이은주 학우(사회복지)가 발제자, 최우영 학우(생활과학)가 토론자로 각각 참여했다.
먼저 「디지털 시대의 시민의식: 가치 경험과 저작권 구조 이해」를 발제한 조성원 학우는 저작권의 본질과 사회적 의미를 짚은 뒤, 대학교재 불법복제의 현실을 살피고 해결 방향을 모색했다. 그는 “단순히 교재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 경로에서의 경험을 바꿔야 한다. 불법이 아니라 합법이 더 매력적일 때 규범은 자연스럽게 작동한다”라고 말하면서 △정당한 구매에 즉시 보상 △환류의 가시화(교재비가 실제로 수업의 질 향상에 쓰이는 선순환) △합법 경로의 편의성 강화 △단계별 대응 체계 등 네 가지 구체적인 실행안을 제안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저작권은 법의 조항을 넘어 모두가 지녀야 할 디지털 시대의 시민의식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생활 속 저작권 사례를 설명하고 학기마다 교재비 환류 지표를 공개한다면 학생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창작과 학습의 품격을 함께 지켜나가는 주체가 될 것이다. 결국 저작권을 존중하는 것은 단순히 법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창작과 학습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다. 빼앗아 쓰는 것이 결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없다.”
「대학교재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실천 전략」을 발제한 오창환 학우는 불법 복제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단속에만 기대기보다는 ‘사용자의 의식 개선’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불법복제 문제는 단순히 금액적인 문제만이 아니며 이것을 규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우선 학생들의 인식개선과 교수·학교 모두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인식 변화와 현실적 대안 마련을 함께해야 한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합법이 더 편할 때, 불법은 사라진다」를 발제한 이은주 학우는 교재비 부담이 늘면서 불법이 일상화된 대학가 현실을 짚으면서 ‘왜 학생들이 불법을 선택할까?’라고 되물으면서 문제에 접근했다.
“핵심은 단속 강도가 아니라 경로 경쟁력이다. 합법이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쓰기 좋으면 굳이 불법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한 그는 △가격과 모델의 혁신 △사용자 경험을 학습에 맞게 표준화할 것 △학교가 함께 대응할 것을 제안하면서, “불법을 숨기게 만들지 말자”라고 호소했다.
그가 제시한 불법복제에 학교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부분으로는 △도서관 전자책 상호대차 등 대체 경로를 개강 초기부터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주는 것 △수업자료는 전체 PDF 대신 필요한 범위만 LMS 링크로 제공 △학기 초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공동구매나 도서 바우처 같은 제도적 지원 마련 △필수 교재 지정 시 전자판 유무나 이용 조건을 함께 공지해 혼란을 줄이는 것 등이 있다.
발제와 토론을 객석에서 지켜본 김준영 출판문화원 교재편집자는 “저작물의 정당한 사용을 위한 발표자와 토론자의 생각과 고민이 돋보이는 자리였다. 정당한 저작물 이용이 쉬워야 불법복제도 줄어든다는 주장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실천 방안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인상적”
한국대학출판협회와 출판문화원측은 이날 발제와 토론을 시의성, 참신성, 완성도를 기준으로 심사해 「합법이 더 편할 때, 불법은 사라진다」를 발제한 이은주 학우(94점)와 「디지털 시대의 시민의식: 가치 경험과 저작권 구조 이해」를 발제한 조성원 학우(90점)를 포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최대의 온라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저작권 보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학습 현장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실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특히, 이은주 학우의 경우, 체험 위주의 사례를 바탕으로 저작권 보호에 실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아울러 조성원 학우도 ‘가치 경험, 저작권 구조 이해’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시민의식’을 고양하자는 주장과 함께 체험 사례를 적절히 곁들임으로써 방송대 학우들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정 토론을 맡은 학우들도 발제문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해 주장함으로써 발제자의 노력을 돋보이도록 해주었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했다.”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업관리자는 “오늘 발제와 토론을 통해 일벌백계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저작권 교육을 통해 정품 사용 문화가 안착하도록 해야 문화강국, 지식강국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