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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에서 공부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쏘아올리는 작은 공들이 모여,
더 아름다운 내일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왜 그 책이었을까. 엊그제 동네 도서관 서가를 서성이다 문득 손이 닿은 곳에 놓여 있던『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왜 하필 그 책을 집어 들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어쩌면 가을볕이 창문을 통해 스며든 오후, 그 따스한 빛이 책등의 제목을 유독 선명하게 비춰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세희 작가의 연작소설집을 다시 펼쳐보니, 1970년대에 쓰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체와 구성이 놀라울 정도로 세련돼 있었다. 노동, 철거, 가족의 해체 등의 현실적 상황을 시점 전환과 시선 교차로 빚어내면서 모순적인 현실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냈다. 산업화의 그늘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철거 위기에 놓인 행복동 난쟁이 가족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작은 공을 쏘아올리듯 매일 성실하게 일한다. 세 남매인 영수, 영호, 영희는 각자의 방식으로 가난과 맞서 싸운다. 하지만 재개발이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이들의 저항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책 속의 난쟁이는 달나라를 꿈꾼다.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차별받지 않는 그곳을 동경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끊임없이 억압한다. 난쟁이 아버지가 꿈꾸던 달나라는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었고, 결국 그는 공장 굴뚝 속으로 몸을 던져야 했다. 그에게 굴뚝은 절망의 끝이자, 어쩌면 유일한 탈출구였을지도 모른다.


책을 덮으며 한 가지 질문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내가 쏘아올린 공은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을까?’ 방송대에서 공부하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작은 공을 쏘아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직장과 가정, 개인적인 사정들로 바쁜 일상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그 마음 자체가 바로 우리의 작은 공인 셈이다.


어떤 공은 멀리 날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일찍 떨어질 수도 있고, 바람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갈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공이 공중에 머무는 순간, 하늘에 그려내는 아름다운 포물선이다. 그 궤적만큼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쁜 학업과 일상에 치여 잠시 잊고 있던 여유를 되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 권의 책이 주는 위로와 성찰의 시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쏘아올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작은 공일지도 모른다. 늦은 밤 책상 앞에 앉아 형광등 불빛 아래서 펼치는 책 한 권. 그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세계와 깊은 사유들. 때로는 주인공과 함께 웃고 울며, 때로는 작가의 통찰에 무릎을 치기도 하며 우리는 조금씩 더 넓은 세상을 품는다.


방송대 학우 여러분들의 일상도 각각의 작은 공들로 가득할 것이다. 새벽 출근길에 읽는 전공 서적, 점심시간에 몰래 보는 교양강의, 주말 과제를 위해 도서관에서 보내는 고요한 오후들. 그 모든 노력이 모여 하늘에 무지개 같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가을, 책 한 권의 여유를 만들어보자. 그것이 전공 서적이든 소설이든, 시집이든 에세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더 넓은 시야를 얻는 것이다. 우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비록 달까지 닿지는 못할지라도, 그 공이 그리는 궤적만큼은 누구보다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을테니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방송대에서 공부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쏘아올리는 작은 공들이 모여, 더 아름다운 내일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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