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명절+휴가’에서 일상으로

역대급으로 길었던 황금연휴가 끝났다. 하루, 이틀만 휴가를 내면 열흘가량 쉴 수 있었기에 고향에서 친척들을 만나고 국내로, 해외로 여행을 다녀온 이들도 많았다. 길었던 휴식 시간만큼 강력해진 명절증후군과 휴가증후군으로 인해 일상으로의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 평생 공부의 달인들은 이번 연휴를 어떻게 보냈고, 또 어떤 방법으로 다시 생활 리듬을 찾아가고 있는지, 서울지역대학을 찾은 방송대 학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lr

 

긴 이동으로 지친 몸 건강 챙기기
흔한 명절 풍경 하나. 각종 전을 쉴 새 없이 부치며 제사상을 준비하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지들과 식사하다 보면 이어지는 설거지 무한루프. 반복적인 동작과 자세로 욱신거리는 손목은 터널증후군에, 목은 거북목, 다리에는 하지정맥류까지 삭신이 쑤신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마트, 재래시장에서 음식을 사거나, 식당에서 외식하는 집들이 많아지면서 주방 노동 강도는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고향은 가야 하니, 장거리 이동으로 오는 피로는 여전하다.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현정 동포연(동두천·포천·연천) 학습관 회장의 고향은 전라남도 여수다. 긴 연휴라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했다. 예전에 갔던 경기도 광주시의 화담숲과 충청북도 진천의 하늘다리 일대를 돌았다. 김 학우는 “연로하셔서 걷기 운동도 하지 않던 아버지가 너무 좋다시며 20년 만에 최대 거리를 걸으신 거 같아요. 울릉도 여행보다 좋다고 하시면서요. 다음 여행은 강원도로 가고 싶다셔서 벌써 후보지를 추려 답사 계획을 짜고 있답니다”라며 웃었다.

 

부모님과 행복한 추억을 쌓은 연휴였지만, 호남, 충청, 경기를 오가며 ‘사흘 내내 운전만 한 것 같다’는 김 학우에게 남은 건 허리와 무릎 통증! 회사도 가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니 시간을 내기가 좀처럼 어려워 계단 오르기처럼 가벼운 생활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통증이 심한 날에는 예전에 배웠던 요가 동작을 상기하며 자기 전에 스트레칭도 한다. “여유가 생기면 수영장에 다시 ‘혼자’ 등록할 계획입니다. 남편이랑 딸이랑 같이 하려니 시간대가 안 맞아 다투게 되더라고요(웃음). 나이 들수록 뼈가 굳으니까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챙겨야 일상 복귀도 쉽겠죠?”

 

통장 잔고 ‘0’, 다음 연휴 준비는?
추석 상차림부터 조카들 용돈에 국내·해외여행까지! 월급날은 멀었는데 벌써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인다. 여행을 즐기는 이기선 미디어영상학과 서울회장은 이번 연휴에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오려고 진작부터 적금을 부었다. 매형의 칠순 잔치를 겸해 누나들 가족과 함께 태국 방콕, 파타야로 3박 5일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이 학우에게 태국은 올해만 두 번째 여행이다. 지난 3월 관광학과 10주년 기념으로 동기들과 여행을 다녀왔던 것. 그렇다면 이 학우는 어떻게 통장 잔고를 지키면서 두 번이나 해외여행을 준비했을까?

 

“여행은 즉흥적으로 떠나면 비용이 많이 들어요. 이번 여행은 1년 전부터 계획해서 날짜를 정했고, 조카가 일하는 여행사를 통해 예약도 저렴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은 일찌감치 차곡차곡 모았기에 부담을 덜었죠. 덕분에 동기들과의 여행에서 못했던 씨워킹, 보트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며 수산시장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었어요.”

 

이 학우는 벌써부터 12월 연휴 여행을 준비 중이다. 관광학과 동기들과 송년회로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 학우의 조언이다. “여행은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해요. 좋았던 여행이면 또 다음 여행이 따라옵니다. 졸업하면 일본학과에 편입할 생각도 있는데, 또 좋은 동기들을 만나서 일본 여행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리고 여행에 10주년, 송년회 같은 이벤트 의미를 부여하면 여행이 더 뜻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가까워서 어려운 관계 ‘가족’
연휴에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지들에게 반가운 마음에 했던 이야기가 상처가 된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오죽하면 명절에 해서는 안 되는 말 목록들이 생겼을 정도니.

 

익명을 요구한 컴퓨터과학과 4학년 A학우는 긴 연휴에 부모님 댁에 잠시 다녀온 것 말고는 특별한 일 없이 보냈다. 하지만 연휴를 보내며 주변에서 다툼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왕왕 들으며 마음이 불편해졌다. “지인 중에 긴 연휴 동안 여행 대신 효도한다는 마음으로 부모님 댁에 오래 머물다가 감정 충돌이 생겼다고 하소연하더라고요. 본인도 직장생활 하면서 풀지 못한 스트레스를 엄마, 아빠라고 편하다 보니 오히려 말을 막 하게 돼서 감정이 상했다고요. 부모님은 또 부모님대로 취향이 있잖아요. 오랜만에 가서 아버지 방을 청소해드리고 싶은데, 물건을 못 만지게 하신다거나, 주방에서도 냉장고 청소를 하려 해도 어머니가 손사래를 치시는 것처럼요.”

 

A학우의 조언이다. “연휴가 길다고 해서 묵혀뒀던 효도를 한 번에 하겠다는 생각은 조금 바뀌었으면 해요. 정말 소중한 가족이니까 더 지켜야 할 선이 있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인정하면서 존중해줘야 할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짧더라도 자주자주 찾아 뵙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명절에만 효도하려고 하지 말고요.”

 

연휴에도 일하는 사람들 있어요
황금연휴라고 모두 쉬는 건 아니다. 일한 사람도 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오창환 일본학과 서울회장은 업무상 추석 당일과 이튿날만 쉴 수 있었다. 나머지 휴일에는 모두 출근해 모니터링, 결제 등 일반적인 업무를 이어갔다. 억울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좀 억울한 부분도 없지는 않았죠. 구내식당이 문을 닫아서 근처 식당에 갔는데 은근히 사람이 많은 거예요. 청소하시는 분들부터 공사 현장 일을 하는 분들요. 산업현장이나 소방서, 경찰서 등에서 일하시는 필수인력 분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국가와 사회 시스템을 지키는 그분들이 계시기에 우리가 설, 추석 같은 명절 연휴를 편하게 보낼 수 있었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도 들었고요. 그런 감사함을 느낀다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연휴에도 ‘열공중’
우리가 누구? 평생공부의 달인 방송대인! 긴 연휴라고 달라질 건 없다. 박주민 법학과 서울회장의 이번 황금연휴는 오로지 공부에서 시작해 공부로 끝을 맺었다. 18년 모셨던 시어머니를 보내드린 후 15년 째 제사를 모시고 있는 박 학우는 시어머니 장례 후 시누이들과 함께 ‘제사 음식은 시장에서 장만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올해 역시 하루 파주 산소를 다녀오는 걸로 명절 행사는 끝.

 

회장을 맡다 보니 OT부터 시작해서 입학식, MT, 임원LT, 운영위원회, 4개 스터디 인사, 변론대회 같은 큰 행사를 챙기는 것은 물론 개개인 학우들의 공부부터 가정사까지 상담해 주다 보면 정작 학생의 본분인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 박 학우에게 이번 황금연휴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죽기 살기로 공부했어요.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공부만요. 진짜예요(웃음). 나이가 있어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데, 젊은 친구들한테 뒤처지기 싫어서 이를 악물고 합니다. 틈만 나면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남편도 이제 뭐라고 안 해요. 이번 연휴에 교재『세법의 기초』를 2회독 했고, 강의도 다 듣고 기출문제까지 풀었습니다!”

 

박 학우는 그래도 공부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의 조언이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공부를 하려면 본인이 결심해야 합니다.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에 공부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일상을 더욱 충만하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총장배 가요제에서 기운 얻어 가세요!
가정으로, 직장으로 돌아와 다시 일상에 적응하려 애쓰는 방송대 학우들을 위해 김용출 전국총학생회장은 10월 25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서울CG아트홀(강남구 언주로 711번지)에서 열리는 총장배 가요제에 참석해 기운을 얻어갈 것을 당부했다. 김 회장은 “전국 13개 지역대학에서 치열한 예선전을 뚫고 우승한 지역 대표 가수들이 총집합해 총장배 가요제에서 자웅을 겨룹니다. 이번 총장배 가요제를 통해 하나 된 방송대인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오셔서 명절증후군과 휴가증후군을 날려버리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큰 힘을 얻어가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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