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9회 방송대문학상

누군가 앞에서 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건 언제나 어렵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망설이고 있으니까요. 길게 말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를 만났을까요?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운 장문의 당선 문자는 단숨에 읽었습니다. 그것도 여러 번을요. 말없이 듣는 것을 잘하는 사람인가 봅니다.


시 속에 저를 감추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만난 시 앞에서는 추상적 의미를 잔뜩 진열하고, 궁금해 묻는 질문엔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한 채 서 있었습니다. 깊은 곳에 묻어 뒀던 걸 꺼내 놓아둔 건 저인데, 오랜 시간 동안 저 자신에게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시’는 숨겨둔 마음을 가두는 곳이 아닌, 나누는 마음을 펼쳐 두는 장소인 걸 깨달았을 때 덜컥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르게 하고 싶다는 나약함을 글 안에 몰래 심어 두는 건 불가능하단 걸 알았으니까요. 저는 가끔은 꽃 뒤에도 숨곤 하거든요. 가리려 해도 결국 드러난다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는 조심스레 한 걸음 옆에 서보는 용기도 내보려 합니다. 당선 연락을 받고 숨도 안 쉬고 여러 번 다시 읽었던 건, 늘 망설이던 마음을 누군가 알아준 것 같아 확실히 붙잡아 보려는 저만의 전력 질주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가 궁금하지만 어렵기만 하던 제게 언어의 세계를 겸손히 바라보는 태도를 지도해주신 권성훈 교수님, 시 앞에서 주눅 드는 저에게 온기 어린 응원을 해주신 김도이 시인님, 포근한 격려를 해주시는 최찬희 시인님,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소중한 시 창작반 학우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제 마음의 바탕인 사랑스럽고 소중한 커플 김정구, 김미옥 님, 팀 김수미 님 감사합니다.


저의 모든 순간을 따듯하게 물들이는 서, 채, 단지양, 제가 스스로 원하던 세계를 찾을 수 있도록 조용히 바라보고 언제나 지지해주는 명진 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조용한 서점’에 따듯한 조명을 켜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덕분에 제가 서 있던 곳이 환해졌습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보고 싶던 책도 읽고, 글도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과분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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