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불행한 이유는
경쟁의 결과만큼 보상받지못하는 사회,
50점 받은 사람이 50점만큼도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
한번 밀리면 내리막길이 아니라
낭떠러지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과거 ‘프리즘’ 칼럼(‘사람은 희망이 있는 한 다시 산다’, 〈KNOU위클리〉 251호)에서 한 다큐멘터리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즉, 저출생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가 버려야 할 것으로 가장 많은 전문가가 꼽은 것이 바로 과도한 ‘경쟁’이고, 이런 지나친 경쟁이 낙오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야기하며, 이는 결국 사회 전체를 ‘불행’하게 만들어 저출생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가 애를 못 낳을 만큼 불행해진 원인을 꼭 경쟁 자체에서 찾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실 경쟁이야 자본주의 사회라면 어디나 존재하는 일종의 ‘필요악’이고, 경쟁의 강도를 제아무리 낮춘다 한들 경쟁 결과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워지는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고 경쟁의 강도와 상관없이 사람들을 줄 세울 수밖에 없다면, 우리가 불행한 원인은 ‘경쟁 자체’에 있다기보다 ‘경쟁의 결과’에 있는 게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 것은 아래 기사를 읽고 나서다.
“이번 중간고사를 망쳐서 내신이 2등급대가 나올 것 같아요. 이대론 서울 주요 대학엔 못 갈 거 같아 걱정입니다.” 대치동 한 일반고에 재학 중인 고교 1학년 학생은 최근 입시컨설팅 업체를 찾아가 이와 같이 말하며 “자퇴하고 수능에 올인할지 고민”이라고 상담했다. 올해 고1에 도입된 내신 5등급제로 인해 다음 달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자퇴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내신 5등급제에선 1등급 누적 비율이 기존 4%에서 10%로 늘어난다. 이는 기존 2등급(11%)과 비슷한 수준이다. 교육부는 1등급을 받는 학생이 늘어 학생 부담이 줄었다는 입장이지만, 수험생은 1등급이 너무 많아서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동아일보〉, 2025.5.22.)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고교학점제 도입 등에 따라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올해 입학한 고교 1학년부터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등급 수가 줄었다. 교육부는 이를 두고 학생들에게 내신 경쟁의 부담을 ‘완화’시켜주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기사에서 보듯이 정작 학교 시험을 망친 고1 학생들은 1등급인 상위 10%조차 못 들 것 같으니, 회복 불가능한 내신과 수시는 아예 포기하고 자퇴해서 “수능에 올인할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요즘도 중간·기말 시험만 끝나면, 같은 이유로 많은 학생들이 자퇴 상담을 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경쟁 부담을 줄여줬다는데 왜 학생들은 더 괴로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사회가 어중간한 등급으로는 중간도 못 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입시는 기본적으로 줄을 세우는 시스템이고 그 줄은 기본적으로 내신과 수능, 둘 뿐이다. 그런데 내신 비중이 가장 높은 1학년 때 시험을 망쳐 1등급인 상위 10%조차 못 들면 내신이라는 줄에서는 중간 이하로 밀리는 것이고, 이렇게 어중간한 순번으로는 대학은 물론 사회에 나가도 중간 대접조차 못 받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번 밀리면 ‘내리막길’이 아닌 ‘낭떠러지’라는 것이다. 그러니 자퇴하고 수능이라는 다른 줄로 갈아탈지 고민할 수밖에.
여기서 보듯, 우리 사회가 불행한 주된 이유는 불필요한 경쟁을 과도하게 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경쟁의 결과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 50점 받은 사람이 50점만큼도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 한번 밀리면 내리막길이 아니라 낭떠러지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출산율 세계 최저, 자살률 세계 최고라는 오명을 벗길 원한다면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하자. 내리막길이 아닌 낭떠러지인 사회는 불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