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해 화제가 된 영화「국보」(감독 이상일)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봤다. 가부키를 테마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그린 작품이다. 한자 ‘’에 시선이 꽂히면서 방송대 일본학과와의 인연 덕분에 발견하게 된 보물을 떠올렸다.
나에게 2025년은 본업인 번역 못지않게 특강을 많이 한 해다. 고등학교와 대학 등에서 흥미를 보이며 특강을 의뢰한 테마가 ‘신자포니즘(新ジャポニズム)’과 일본 신권 1만 엔 지폐의 초상 인물이자 ‘근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였다. ‘새로움’이라는 키워드를 지닌 이 두 개의 테마는 영화「국보」와도 묘하게 연결된다. 언뜻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을 연결해 다양한 내용의 강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었다. 일본학과의 이경수·강상규 교수님과의 만남으로 얻은 큰 보물이다.
방송대 재학 시절 나도 모르게 참여하게 된 ‘보물찾기 게임’의 시작은『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다. 일본학과 학술모임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이 한국인과 일본인 집필진과 함께 2021년부터 매년 세상에 내놓는 단행본 시리즈다.
오사카에서 영화「국보」의 일본판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가부키 무대에서 서로 마주 보고 선 두 주인공 키쿠오와 슌스케가 쌍둥이처럼 닮아서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영화「국보」를 보면서 영화 자체가『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와도 쌍둥이처럼 닮은 구석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첫째,「국보」가 개봉되고『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5권이 출간된 2025년은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재일한국인인 이상일 감독이 지극히 일본적인 소재인 가부키를 테마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그린「국보」, 그리고 한국인과 일본인 저자들이 한국어로 출간한 일본문화론『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야말로 한·일국교정상화의 슬로건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를 구현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둘째,「국보」와『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는 NHK와 인연이 있다. 키쿠오 역을 맡은 요시자와 료는 2019년 NHK 대하드라마「청천을 찔러라」에서 신권 1만 엔 지폐의 초상 인물 ‘시부사와 에이이치’를 연기했다. 특히 NHK가 2025년 방송 10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것이 목판화 ‘우키요에’를 등장시킨 드라마「베라보」, 그리고 스페셜 방송 시리즈와 도쿄국립박물관에서의 전시회「신자포니즘(新ジャポニズム)」이다.「베라보」에서 주인공 츠타야 역, 스페셜 방송과 전시회「신자포니즘」의 나레이터 역을 맡은 배우 요코하마 류세이가 영화「국보」에서 슌스케를 연기했다.
셋째,「국보」와『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는 일본 인형을 품고 있다.「국보」에서 존재감 있는 소품으로 등장하는 일본 전통 인형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빨간색 기모노 차림의 여자아이 모습을 한 인형이다. 19세기 서구권 자포니즘에서 주목을 받은 것이 남자아이 모습을 한 이치마쓰 인형이라면, 20세기 초부터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미·일 인형 교류를 계기로 여자아이 모습의 이치마쓰 인형이 미국 문학을 비롯해 서구권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필자의 석사논문,『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NHK 월드재팬 방송 등에서 소개한 내용이기도 하다.
방송대 일본학과에서 받은 2025년의 보물을 새해 2026년에는 어떻게 더 갈고 닦아 학교와 학과를 빛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