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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우리 학우들도
저마다의 다짐을 세웠을 것이다.
학업을 이어가는 과정이 때로는 고단하고 지칠 때도 있겠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배움의 기회 또한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꿈일 수 있음을 꼭 기억해 줬으면 한다.

2026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뀔 때마다 으레 거창한 계획을 세우곤 하지만, 방송대 교수로서 9년 차를 맞이하는 올해는 조금 소박하면서도 꽤 묵직한 다짐 하나를 마음에 품고 시작하려 한다. 그것은 바로 ‘학생들을 만날 때만큼은 반드시 넥타이를 매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결심은 새해가 되기 전, 지난해 11월부터 마음속으로 굳힌 생각이다. 평소 셔츠와 재킷을 입더라도 ‘노타이’를 선호하던 내가 뜬금없이 스스로에게 ‘넥타이’라는 규율을 정한 데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학교 안팎에서 만난 ‘동료 교육자’의 이야기 덕분이었다. 주변에서 강사로서 학생과 눈을 맞추며 수업하는 것을 그토록 즐거워하고 행복해했으나, 지금은 맡은 직무가 달라지거나 제도의 변화로 인해 강단에 서지 못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가르치는 일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그 일을 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환경이나 제도적인 이유로 강의실 밖에서 아쉬움을 삼키는 동료가 생각보다 많다. 나에게는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수업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특권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정년퇴직을 앞둔 한 선배 교수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평소처럼 강의 녹화를 마친 후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 교수님께서 무심한 듯 던지신 한마디가 나의 가슴에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번 강의 녹화가 방송대 교수로서 내 마지막 녹화네.” 그 담담한 목소리 뒤로 전해지는 표현하기 어려운 ‘헛헛함’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아니 그보다 훨씬 긴 세월을 강단에서 보내셨을 그 교수님에게도 ‘마지막’은 찾아온다. 그 순간, 내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학생들을 만나는 이 시간 또한 유한한 것임을, 언젠가 나에게도 저렇게 ‘마지막 녹화’라고 말하며 카메라 앞을 떠날 날이 올 것임을 실감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다하는 그날까지, 적어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배우는 사람’을 만나는 그 순간만큼은 넥타이를 매기로 말이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에 대한 예의이자, 귀한 시간을 내어 내 수업을 들어주는 학생들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넥타이와 관련된 즐거운 상상이자 목표가 하나 생겼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님의 장례식에서는 조문객들이 고인을 기리며 서로의 넥타이를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한다. 나는 그 의식을 나의 정년퇴직 전 마지막 강의를 녹화할 때 치르고 싶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는 날, 내가 매고 있던 넥타이를 스스로 자르는 ‘넥타이 커팅식’을 통해 나의 교수직을 스스로 기념하고 마무리하는 세리머니를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 결심을 들은 한 동기 교수님은 나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그럼 그날 자르게 될 교수님의 ‘마지막 넥타이’는 내가 사주는 걸로 미리 예약합니다.” 그 든든한 예약 덕분에 나의 다짐은 더욱 단단해졌다.


새해를 맞아 우리 방송대 학우들도 저마다의 다짐을 세웠을 것이다. 학업을 이어가는 과정이 때로는 고단하고 지칠 때도 있겠지만, 여러분이 지금 누리고 있는 배움의 기회 또한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꿈일 수 있음을, 그리고 훌륭한 선생은 훌륭한 제자가 만들어주는 것임을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나 또한 언젠가 넥타이를 자르며 활짝 웃을 그날을 위해, 2026년 새해에도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여러분과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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