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사물,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인륜성 의식을 재확인 해 새로운 융합적 문명의식에서
인간, 자연, 인공물의 관계에 대한 사유를
충분히 해볼 수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나온 지 10년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은 지능정보기술이라 불리는 초연결(hyper-connected) 개념을 동반하는 발전상을 제시했고, 인공지능(AI)기술의 발달로 지금 우리 사회는 초연결사회라 불리는 기술적 조건들을 충족해가는 중이다. 사람과 사물 및 공간이 서로 연결돼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초연결사회를 이해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은 단편적인 면에 머무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초연결 기술이 우리의 생활세계 하나하나에 개입해 기술적 초연결사회를 체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인간과 AI가 결합된 기술적 상태만이 초연결이라는 개념의 전부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AI 기술의 발달은 물론 정치·경제·문화 전반의 영역에서 이념·국가·지역·세대의 갈등이나 인류와 생태계의 문제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초연결이라는 개념이 성립돼야 한다.
초연결이라는 전망적 개념 이전에 지금까지 우리 인류의 삶이 연결사회(connected society)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연결사회는 국가를 매개로 하나의 권력 아래 피라미드식 위계의 사회구조인 단일화 사회다. 단일한 권력과 위계에 의해서 인간과 인간은 물론 인간과 사물, 인간과 자연이 위계에 의해 그 관계가 규정되는 구조다. 그러나 우리가 도달하려는 초연결사회는 마치 생물학에서 말하는 식물의 땅속줄기처럼 복잡하게 얽혀 연결된 리좀(Rhizome)형의 네크워크를 지향하는 초연결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비위계적 체계로서 수평적 구조가 특징이다.
바람직한 인류 사회를 전망하는 발전적 시각에 기초할 때 초연결은 AI 기술의 발달만으로 성립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현재는 AI의 능력이 AI를 만든 기술을 보유한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는 변곡점을 지나는 때다. 인간과 인공물의낯선 관계를 고민하는 과도기적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초연결사회는 기술 위주의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 유토피아적 방향성에서 인간이 기계에 의해, AI에 의해 삶의 중심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디스토피아적 전망 역시 발견할 수 있다. 과거 유럽의 산업혁명 시기 발생했던 인간소외와 같은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AI의 개입으로 인한 포스트휴먼(post-human) 시대를 맞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양철학적 사유체계를 다시 검토해 초연결 개념의 성립을 구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동양철학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가 단절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순환하고 운행한다는 만물일체의 초연결성을 강조한다. 단일한 권력적 인간종이나 소수의 개인을 중심으로 주변의 대상을 절연하는 일반적인 연결사회의 모습과는 다르다.
지금까지 연결시대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의 이분법적 대립을 지향했다. 기존 연결 시대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발양된 인간과 사물,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인륜성 의식을 재확인해 새로운 융합적 문명의식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물론 인간과 자연물을 넘어 인간과 인공물의 관계에 대한 사유를 충분히 해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발상을 통해 앞으로 인간과 기계가 밀접하게 공존하는 삶을 구상하는 데 있어 필요한 새로운 윤리의식의 기초를 고안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