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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멍하니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방송대를 다니게 되었을까?’ 그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물음이었다. 그 답은 오래전 마음속에 남아 있던 상처와, 우연히 마주한 인연 속에서 시작된다.


울산 남구 선암호수공원에 위치한 노인복지회관에서 봉사를 하던 어느 날, 한 어르신의 말씀이 내 가슴을 깊게 파고들었다. “늙으면 죽어야 돼.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 순간 고인이 되신 어머니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늘 말씀하시던 “늙으면 죽어야 돼”라는 말이 떠올라 눈물이 솟았다.


그때 함께 봉사하던 동료가 갑자기 어르신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 오늘이 가장 젊은 날.” 동료의 노래를 듣자 침울해하던 그 어르신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위로가 무엇인지 새삼 깨달았다.


에피소드는 또 있다. 어느 날 차를 마시며 들었던 친구의 이야기는 내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가족에게 외면받던 시절, 그는 방송대에 입학해 공부의 즐거움을 발견했고, 사회복지사와 직업상담사, 평생교육사 자격증까지 따며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공부가 그렇게 재미있더라”는 그의 고백은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는 내게 약속을 권했다. “방송대 교육학과에 들어가서 평생교육사를 준비해, 어르신들의 마음을 함께 위로하자.”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두 달 뒤 나는 방송대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첫 출석수업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학우들과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배움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힘임을 느꼈다. 루소의 교육철학을 접한 날, 나는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엄마가 몰라서, 부족해서 미안하다.” 그날 이후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게 된 것은 방송대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방송대 생활을 하면서 스터디 모임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직장생활 속에서도 학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릴 만큼, 방송대는 내게 꿈의 공간이었다. 남편의 응원 덕분에 총학생회 임원에도 도전했고, 축제와 학우들과의 교류 속에서 대학 생활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교육학과의 꽃이라 불리는 ‘한마음 축제’에 참여해 전국의 학우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교수님들과의 대화 속에서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뿐인가? 학보 위클리의 지역학생기자로 종횡무진 지역대학을 취재할 수 있었고, 한여름 I LOVE 방송대 마라톤 축제에 참가해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방송대인의 열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제 곧 3학년. 1년 반의 시간이 마치 3~4년처럼 빽빽하게 채워졌다. 평생교육사 시험을 앞두고, 나는 다시금 다짐한다. 방송대는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인생의 반환점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그 과정은 화수분처럼 끝없는 가능성을 내어준다.


교육학과 공부를 하면서 인생 계획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앞으로 나는 또 다른 길, 생활체육지도과로 편입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선암 노인복지회관으로 가서 어르신의 손을 잡고 노래할 것이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 오늘이 가장 젊은 날.”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위로는 내가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내가 받는 것임을. 방송대가 내게 가르쳐준 가장 큰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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