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과 생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AI를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은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AI 상품을 현명하게
소비하는 데 있을 것이다.
AI 기술의 보편화 추세를 보면 관련 산업의 광범위한 확장을 예측할 수 있다. 생성형 AI와 피지컬 AI(이하 AI)는 경제와 소비의 전 영역에서 인간의 사고, 학습, 판단, 자료분석,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활용되고 있다. 단순하거나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업무의 상당 부분도 AI 기술로 대체되는 추세다. 하지만 모든 기술엔 혜택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부작용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AI 기술의 예측 가능한 부작용은 전기 에너지(이하 에너지) 수요 급증과 기후 위기 악화다.
AI 기술은 △고성능 반도체 칩(HBM: 고성능 메모리 칩, GPU·TPU·NPU 등: 연산용 칩) △대규모 언어 모델을 통한 학습 △이를 뒷받침하는 에너지, 이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AI 기술의 폭발적 수요는 반도체 산업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가로 이어지고,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결국 AI 산업의 성패는 반도체와 언어 모델 같은 기술 경쟁력만이 아니라,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반도체 칩의 생산 공정은 다른 산업에 비해 에너지 집약적이다. 우리나라는 AI 산업용 HBM 개발과 생산을 주도하고 있지만 대규모 반도체 생산 시설을 운영하려면 장기적인 전력 확보가 중대한 과제로 남아있다. 2027년 이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동되면, 총 전력 수요는 약 15GW로 추정된다. 원자력 발전소 15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러한 막대한 에너지 수요는 한국 외에 미국, 대만, 중국, 일본 등 주요 반도체 칩 생산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데이터센터도 AI 장비의 연산과 냉각을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기업뿐 아니라 대학과 연구기관 등 AI 기술을 개발하는 거의 모든 조직에서 가동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약 1.5%이고, 2030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기술의 확산과 관련 산업의 연쇄적 확장이 맞물리면서, 에너지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이 같은 에너지 요구량을 충족할 수 있을까?
AI 기술 도입 이전에 이미 화석연료 등의 에너지 사용은 기후 위기를 초래했다. 2015년, 195개국이 모인 파리협정에선 205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기온 상승이 2℃를 초과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라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더해지면서 이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AI 기술을 가동하는 에너지원은 화석연료, 원자력, 그리고 태양광·풍력 등이다. 화석연료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고, 원자력은 방사능폐기물이 초래하는 생태적 위험이 너무 크다. 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지만 발전의 간헐성, 대규모 설비 건설, 송전과 저장 문제 때문에 안정적 전력 공급에 한계가 있다. 핵융합, 수소 같은 차세대 에너지원은 단기간 내에 상용화될 가능성이 낮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생산력 증대와 물질적 풍요를 가져온 동시에 생태 환경을 악화시켜왔다. 그 중심에는 경제적 성장을 위한 물질과 에너지의 과도한 소비가 있다. AI 기술 역시 기후 위기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AI 기술은 생산성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지만 오로지 축복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AI 시대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답은 없다. 다만, 지구 환경과 생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AI를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그 첫걸음은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시민들이 AI 상품을 현명하게 선택해 소비하는 데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