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문화는 고대문명의 발상지 중국을 가운데에 두고 발전했다. 우리 조상들은 중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일본에도 건네주며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중국 음식이 세계에 먼저 진출했고 이어 일본 음식이 알려졌는데, 이제 한국 음식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 음식이 인정받으려면 이웃나라 음식들과 다른 차별성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른 용어 사용이라고 생각한다.
뭇 나라들의 전통 음식살이가 문화로 대접받게 된 시대에 제 음식을 내세울 때는 제 나라의 것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것도 제 나라 말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 음식, 중국 음식, 일본 음식, 서양 음식처럼 ‘음식’을 붙여 써야 한다. 중국 사람들은 먹거나 식사라는 뜻을 가진 찬(餐)을 써서 차례로 한찬, 쭝찬, 르찬, 시찬으로 쓰는데, 한꾸어랴오리, 르본랴오리처럼 부르기도 한다. 일본 사람들은 칸고쿠료리, 추우고쿠료리라고 말한다.
중국말 ‘랴오리(料理)’는 ①처리, 취급하다 ②돌보다, 보살피다 ③삶거나 끓이다 ④풍미 있는 소채고기볶음이라는 다양한 뜻을 지녔다. 일본은 이 말을 들여다가 ‘료리’로 말하며 우리말 ‘음식’처럼 쓴다.
조선이 「조일수호조규」에 따라 제물포를 열자 일본인들이 들어와 ‘料理飮食店‘을 차렸다(〈한성순보〉, 1886, 10, 4). 그 ‘요리’는 ‘료리’로서 거의 술안주용 음식이었을 것이다.
방신영이 지은 『조선요리제법』(1913)은 책등에선 제목을 한자로, 앞표지에선 한글로 ‘조선료리제법’이라고 표기했다. 중국 화교들이 들어와 차린 중국음식점에는 ‘중화요리’라는 간판도 붙었다. ‘쭝화랴오리’였을 것이다. 료리와 랴오리의 협공에도 ‘음식’은 잘 버텼다. 그들이 ‘술안주류’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중국말 ‘인스(?食)’는 ‘먹고 마심, 그리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이라는 명사인데 우리는 ‘하다’를 붙여 동사로도 쓴다. 음식은 『번역박통사(飜譯朴通事)』(1510)에 한글로 처음 나온 뒤 장계향이 쓴 옛 조리서 『규곤시의방(閨?是議方)』(1670년경)의 속표지에 한글 ‘음식디미방’이 쓰였고 오늘에 이르렀다.
중국말 ‘탸오리(調理)’는 ‘아픈 뒤 몸을 추스르다, 돌보다, 길들이다’라는 뜻을 가졌는데 일본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로 넓혔다. 우리가 받아들여 조리사 고용 의무화와 조리사 자격 같은 것을 명시한 식품위생법과 교과서에도 나온다. ‘조리학’은 『조리학(상·하)』(이순애, 1973)에 처음 쓰였다.
사람들이 쓰는 어떤 ‘요리’에라도 음식 재료 뒤에 ‘음식’을 붙이거나 찌개, 조림, 찜, 볶음, 무침, 구이 같은 조리 방법을 붙이면 훌륭하다. 또 음식 만드는 일과 관련된 명사 앞에 모두 조리를 넣으면 된다(~강습, ~과정, ~교실, ~기구, ~대결). 여기에 ‘음식’을 넣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것은 조리가 들어오기 전부터 ‘음식하다’를 써 왔기 때문이다.
또 과정을 설명하는 말에는 ‘조리하다’를 넣는다(내장을~, 맛있게~, 재미있게~, 즉석에서~, 직접~). 그리고 먹을 것 전반을 가리키는 말과 먹기와 만들기가 섞인 말에는 음식과 조리를 모두 넣을 수 있다(~솜씨, ~수업, ~연구가, ~축제, ~칼럼, ~특선, ~프로).
세 나라 먹을거리를 ‘찬’ ‘음식’ ‘료리’로 굳혀 외국 사람들이 쉽게 가려내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중요한 먹을거리인 남새나 푸성귀를 가리키는 대표 말도 세 나라에서 특화하였다. 북한은 남새를 쓴다. 중국에서는 수차이(소채)를 주로 쓴다. 조선은 『산림경제』(홍만선, 1715년경)에 ‘소채’가 나오나 『증보산림경제』(유중림, 1766)부터는 채소로 바뀌었고 『농정회요』(최한기, 1840년경)에도 이어졌다. 광복 후 농림부와 농과대학들이 이어받았다.
일본도 일찍이 수차이와 예차이(야채)(먹을 수 있는 들나물이나 산나물)를 들여다가 소사이와 야사이로 썼는데 「내각훈령」(1946,11)으로 기본 한자 1천850자를 제정할 때 획 수가 아주 많은 나물 ‘소’자가 빠졌다. 그 뒤로는 어쩔 수 없이 야사이만을 쓰게 됐다.
국립국어원은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 초판에서 야채를 채소와 같은 말로 적었으나 2008년 개정판에서는 ‘채소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그 격을 낮췄다. 학문적이나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 말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영한사전들이 아직도 채소 대신 야채로 적고 있으며 일본음식점들이 많이 늘고 일본왕래가 잦아진 까닭일까? 더 세련된 말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잎채소, 열매채소(과채. 호박, 오이, 토마토 등), 뿌리채소, 꽃채소, 향신채소 처럼 더 쪼개서 말해보는 것도 바람직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