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임하는 고성환 총장

고성환 제8대 총장이 오는 3월 3일로 임기를 마치고 이임한다. 그가 이끈 4년의 시간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변화’로 표현할 수 있다. 장영재 기획처장이 “재임 기간 중 고성환 총장님께서 일궈내신 수많은 결실은 우리 대학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든든한 이정표가 됐다. 무엇보다 전 국민 AI 교육을 담당하는 중추 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AI 시대를 대비한 고등·평생교육 생태계 구축의 초석을 다진 것은 가장 값진 결실”이라고 말한 데서 ‘고성환 총장 재임 4년’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훌륭한 보직 교수님들을 만난 일이
제 인생의 큰 행운이었습니다.
또한, 주어진 자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원해주신 교수님들과 교직원 선생님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공부를 완성해준
 학생들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4년 전 이 자리에서 취임 인터뷰를 하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임기 종료를 앞두고 계십니다. 자리의 무게도 큰만큼 부담도 많으셨을텐데 임기를 마치는 소감은 어떠신가요
제가 겪어보니 총장 임기 4년은 한 사람이 가진 역량과 ‘쓸 수 있는 패’를 모두 쏟아붓기에 딱 적당한 시간이더라고요. 4년 정도 하면은 자기가 하고자 했던 일들, 그리고 쓸 수 있는 패 이런 것들은 거의 다 쓰는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주 홀가분합니다. 정신적 무게와 심리적 부담이 컸던 자리였기에 이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기분입니다.

4년 전보다 혈색이 좋아지셨습니다. 주중 일과 외에도 주말에도 자주 출근하신 걸로 아는데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사실 총장 업무의 절반은 사람들을 만나 대접하고 소통하는 일입니다. 외부 약속이 많다 보니 식사량도 늘어 임기 전보다 체중이 좀더 불었습니다. 얼굴에 살이 붙어 보기 좋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건강 관리 차원에서는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탁구’ 덕분이죠. 20년 넘게 저와 비슷한 실력을 지닌 상대와 함께 땀을 흘렸어요. 나이 들어 눈이 뻑뻑할 때 땀을 쫙 흘리고 나면 눈이 시원해지는 그 맛에 운동을 계속했습니다. 최근에는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임기 중 학교 안팎에 큰 갈등이 없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으셨나요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총장 한 사람의 능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큰 사고나 화재 없이 평온하게 학교가 운영된 것은 천운입니다. 특히 저는 ‘인복’이 많았어요. 제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훌륭한 보직 교수님들을 만난 것이 제 인생의 큰 행운이었습니다. 보직을 제안할 때 저는 ‘하겠다는 분’보다 ‘안 하겠다는 분’을 삼고초려해 설득했어요. 보직은 크진 않더라도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잖아요. 그 자리의 무게를 고민하는 분들이었고, 그분들의 헌신 덕분에 제가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어진 자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원해주신 교수님들과 교직원 선생님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공부를 완성해준 학생들의 도움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을 꼽으신다면요
사소해보일 수 있지만 대학본부 열린관의 ‘옥상 정원’ 사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종로구청장과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고교 후배라는 인연을 발판 삼아, 자부담 없이 전액 국고로 지원받아 조성한 공간이거든요.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해 대학의 문턱을 낮추는 상징적인 장소가 됐으니까요. 또한 ‘해외거주학생제도’도 큰 보람입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시험을 보러 매번 한국을 찾았던 학생이 있었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다른 학생들이 이 제도 덕분에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뭉클했습니다. 이는 우리 대학이 전 세계 해외동포들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꼭 이룰 수 있었으면 했는데, 이루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발전기금 1만 원 기부 릴레이, 발전기금 기부 연 누적 인원 10만 명’입니다. 이것은 오직 우리 대학만이 이룰 수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방송대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어서 꼭 달성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발전기금을 많이 모으는 것도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발기금을 기부하는 인원이 많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제 임기 중에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이뤄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라임칼리지에 애정이 많으시더군요
이제는 학위 중심의 교육에서 ‘프로그램(비학위) 중심’으로 변해야 합니다. 선진국은 이미 100시간 수료증 과정 같은 실용적인 교육으로 가고 있거든요. 우리 대학의 프라임칼리지가 그런 그릇이 돼야 합니다. 철학, 역사학, 사회학 같은 기초 학문부터 제2외국어까지, 우리 대학 교수진뿐만 아니라 외부의 유능한 강사들을 초빙해 저렴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또한 (AI 에듀테크 융합교육 지원센터를 위한) 세종시 부지 확보처럼, 당장의 활용 계획이 없더라도 공간이 있어야 나중에 새로운 꿈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격려의 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방송대 학생들은 교수 입장에서 볼 때,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학생들입니다. 수업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 열정은 일반 대학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공부가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유튜브로 배우는 가벼운 지식이 아니기에 대학 교육은 어렵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등록금이 싸다고 해서 결코 ‘저렴한 교육’이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예전에 ‘방송대’ 교재라는 걸 가리려고 겉표지를 싸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당당히 교재를 꺼내드는 모습으로 변화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접할 때 가장 뿌듯했습니다. 방송대 출신임을 어디서든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자부심 넘치는 학생이 되면 좋겠습니다.

퇴임 후에는 학교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으실 예정인가요
후임 총장님이 임기를 시작하면 저는 ‘사라져 주는 것’이 최고의 도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나지 않고, 후임자가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제 방식입니다. 남은 1년의 교수 임기 동안에는 수업이나 학과 행사에도 관여하지 않고 조용히 제 자리를 정리할 생각입니다. 방송대가 인문학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계속 발전하길 멀리서나마 조용히 응원하겠습니다.

 


2022년 3월 4일 임기를 시작해 2026년 3월 3일 임기를 마치는 고성환 총장은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연구교수, 한국어세계화재단(현 세종학당) 수석연구원을 거쳐 2003년 방송대에 부임했다. 이후 교무부처장, 교양교육원장, 인문과학대학장, 통합인문학연구소장 등 보직을 두루 거쳤다.

곧 출간될 총장 경영백서에 따르면, △학내 데이터허브시스템 구축과 미래형 통합학습관리시스템(LMS) 설계를 통해 디지털 대전환 기반 구축 △AI 에듀테크 융합교육지원센터 추진과 국내외 유수 기관과의 협력 체계 구축 △VR·AR 기반의 가상실험실습 공유 플랫폼 시범 구축 △모바일 중심의 학부 서비스 체계 재정립 △몽골과기대 한국학센터 설립과 유네스코 유니트윈 사업을 통해 세계 무대로 도약한 지식 네트워크의 기반 조성 △다전공·마이크로전공 신설, 디지털 배지 인증제 도입, 성적 이의신청 전산화 등 학습자 수요를 최우선으로 한 학사 제도 개선 등이 주요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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