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번째 학과를 졸업하는 김춘호 학우(63세)를 학생회 모임에서 만났다. 그는 오는 24일 생활체육지도과를 졸업한다. 그렇지만 그는 졸업과 동시에 다시 ‘방송대 편입생’이 된다. 생활과학부(식품영양학전공) 3학년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긴 시간 졸업과 입학이 동시에 교차하는 이력은 방송대에서도 드문 사례다.
그는 지금까지 차례로 국어국문학과, 유아교육과, 교육학과, 영어영문학과, 문화교양학과, 청소년교육복지상담학과, 경영학과, 컴퓨터과학과, 농학과, 도시콘텐츠·관광학과, 사회복지학과, 법학과, 경제학과, 생활체육지도과를 거쳤다. 컴퓨터과학과는 2000학년도에 한 차례 도전했다가 10년을 보낸 후에 다시 도전해 결국 학위를 손에 쥐었다. ‘프라임칼리지 비학위 수강생’이 되어 폭넓은 분야로 시선을 돌려 공부하기도 했다.
김 학우와 방송대의 인연은 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ROTC 장교로 복무한 후 다시 군무원으로 일하며 학업을 병행하던 그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공부할 수 있는 교육 방식때문에 방송대를 선택했다. 이 선택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제대 이후에도 배움은 이어졌고, 방송대는 어느새 그의 삶의 중심이 됐다.
그의 방송대 첫 학과는 국어국문학과였다. 학번은 1993학번이다. 그로부터 33년.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그는 방송대를 떠난 적이 없다. 서울과 경기, 전국 어디를 가든 “안녕하세요, 학우님”이라는 인사가 먼저 건네졌다.
“방송대는 학교이기 전에 공동체예요. 어디를 가도 방송대 식구가 있더라고요.”
이 말은 해외 견학이나 군 복무 시절의 경험에서도 확인됐다. 방송대라는 이름은 낯선 환경 속에서 사람을 잇는 작은 연결고리가 됐고, 같은 이름표 하나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는 관계가 만들어졌다.
14개 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비결을 묻자, 그는 ‘콩나물 이론’을 꺼냈다.
“강의는 최소 세 번 이상 듣습니다. 콩나물은 계속 물을 줘도 자라는 게 잘 안 보이지만, 어느 날 보면 분명히 그만큼 자라있거든요. 공부도 그런 거 같아요. 꾸준히 반복하고 다시 찾아보는 게 큰 도움이 됐죠. 그리고 성적은 강의에 얼마나 충실했느냐에서 갈리더군요.”
책은 한 번 훑고, 정독한 뒤 다시 읽는다. 강의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다시 듣는다. 요령보다는 기본을 지키는 방식이다. 이제 멈출 법도 한데, 그는 새로운 공부로 다시 눈을 돌렸다. 이번에는 식품영양학전공이다. 생활과학부 식품영양학전공은 2026학년도 전기 모집에서 1천 명 정원에 1천662명이 지원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김 학우는 이 수치를 두고 ‘괜히 자부심이 생기는 숫자’라고 말했다.
“생활과학부 식품영양학전공은 이번에 600여 명이나 더 몰렸다고 들었어요. 600여 명이 탈락한다는 이야기인데, 누구나 편입학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도전하기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생활과학부를 다시 선택한 배경에는 이른바 ‘방송대 3대 학과’라는 학우들만의 ‘레전드 학과’에 대한 동경이 작용했다. 유아교육과, 사회복지학과, 생활과학부(식품영양학전공). 이들 학과의 공통점은 분명했다. 바로 ‘국가 자격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그는 ‘도전’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방송대에는 총 24개 학과가 개설돼 있으니, 김 학우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아직도 여럿 남아 있다. “다 가겠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가보고 싶습니다.”
요즘 그의 또 다른 목표는 영남알프스 종주다. 영남알프스는 1천 미터가 넘는 산군을 잇는 종주 코스로, 체력과 꾸준함이 모두 요구된다. 그는 지난해 7봉을 완주해 은메달을 받았고, 올해도 매달 꾸준히 산에 오르고 있다.
“공부 시간을 쪼개서 가는 거죠. 산도 공부랑 비슷해요. 한 번에 다 오를 수는 없잖아요. 하나씩, 꾸준히 가야 합니다.”
그의 삶에서 배움과 등산은 닮은꼴이었다. 조급해하지 않고, 멈추지 않으며, 할 수 있는 만큼 나아가는 방식이다.
창원=박영애 학생기자 tellto200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