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은 유연한 마음이 그 토대가 된다.
유연한 마음은 역경을
실패로 단정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재해석하며
다시 도약할 수 있게 한다.
새봄을 맞아 겨울 동안 미뤄뒀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는데 몸 곳곳이 뻣뻣하게 느껴진다. 유연성이 떨어지면 일상적인 움직임 속에서도 쉽게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근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유연성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데 문득 ‘혹시 내 마음도 그사이 굳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경직된 마음으로는 일상의 스트레스나 급격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고 자칫 스스로 상처받기 쉽다.
오늘날 많은 기술이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들이 내 삶의 여유와 낭만까지 빼앗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며 거리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변화해야 할 것은 이 시대에 걸맞은 우리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열린 마음이다.
ChatGPT나 Gemini와 같은 인공지능 챗봇은 이제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학술 논문을 찾고 연구 결과를 종합해 메타분석까지 수행할 수 있는 시대에, 연구자로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더불어 기술 발전만큼이나 빠르게 다양해지는 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이다. ‘당연히 그래야지’라는 단정적 생각은 이제 위험해 보인다.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는 많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절대적이고 우월한 단 하나의 가치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변동성과 불확실성, 복잡성과 모호성이 일상이 된 VUCA(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1990년대 미군에서 사용된 후 현재는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현대 사회와 기업의 경영 환경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 시대에는 자신의 신념과 관점을 유연하게 점검하고 가다듬는 태도가 큰 자산이 된다.
마음의 유연성은 특히 역경 앞에서 그 강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예기치 않은 실직이나 이혼, 건강 악화와 같은 사건 앞에서 누구나 깊은 상실감을 경험하고 ‘내 인생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위기 속에서도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성장한다. 이처럼 큰 충격 이후에도 심리적으로 균형을 되찾는 능력, 즉 회복탄력성은 유연한 마음이 그 토대가 된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경험의 의미는 달라진다.
경직된 마음은 하나의 틀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반면, 유연한 마음은 역경을 실패로 단정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재해석하며 다시 도약할 수 있게 한다.
신체의 유연성이 반복적인 스트레칭으로 향상되듯, 마음의 유연성 또한 노력을 통해 기를 수 있다. 주변에서 유연한 태도를 지닌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들은 대체로 낯선 경험을 기꺼이 시도하고,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행을 통해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고, 독서를 통해 다른 삶을 만나며,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일은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마음을 부드럽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마음의 유연성은 오히려 강화되는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처신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 앞에서도 한층 의연해지는 모습을 주변에서 종종 목격한다. 마음의 유연성은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 삶을 살아가며 다듬어가는 태도에 가깝다.
새봄을 맞아 몸을 크게 기지개 켜듯, 우리 마음도 시원하게 스트레칭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단함이 아니라 부드러움, 유연함이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