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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두께가 질문을 날카롭게 만들고,
수업을 두텁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이미 선배 시민이자 현장 연구자입니다.

그 앎과 제 연구가 만나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의 교사가 되는 수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두 가지 질문을 연구하는 사회복지학자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누구의 삶을 더 쉽게 만들고, 누구를 또다시 바깥에 두는가? 그리고 공동체는 그 불균형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AI)이 일상을 빠르게 재편하는 지금, 이 질문은 사회복지학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연구 현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가 있습니다. AI 인형과 매일 대화를 나누다 깊은 애착이 생겼다고 하셨습니다. 마치 아기를 돌보듯 AI 인형을 닦아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 장면은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외로움 깊숙이 들어올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돌봄의 마음이 기술을 향할 때, 사회복지는 어디에 서야 하는가? 이 질문을 붙들고 한국계 노인 이민자들의 AI 상호작용 경험을 공동체 기반 참여 연구로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공공이 만든 디지털 플랫폼이 왜 사람들 곁에 머물지 못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좋은 의도와 공공 자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커뮤니티의 실질적 통제와 참여 설계가 없으면 기술은 공동체 구성원의 복리에 기여할 수 없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만난 이야기들을 수업으로 가져오고 싶습니다. AI 인형에 애착을 느끼는 할머니, 공공 플랫폼에서 배제된 자영업자, AI 플랫폼 설계를 함께 고민하는 농장 연합. 이 장면들이 교과서의 개념을 살아있는 질문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AI 도구를 능숙하게 쓰는 감각과, 그것이 클라이언트의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읽는 눈. 미래의 사회복지사에게 이 두 가지가 함께 필요합니다. 기술을 배우는 것과 기술을 의심하는 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그 긴장을 유지하면서 실천하는 것, 상상한 것을 일상에서 실현하는 것이 AI 시대 사회복지사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대 학생들은 제가 연구에서 만나려 했던 현실을 이미 살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AI 기술을 접하는 경험,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며 디지털 신청 시스템 앞에서 마주하는 막막함,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반복적으로 문의하는 클라이언트. 이런 경험들이 수업의 자원이 됩니다. 삶의 두께가 질문을 날카롭게 만들고, 수업을 두텁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이미 선배 시민이자 현장 연구자입니다. 그 앎과 제 연구가 만나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의 교사가 되는 수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방송대에 그런 수업이 가능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이 자리가 설레는 이유입니다.

 

사회복지학은 답을 먼저 가르치는 학문이 아닙니다. 사회적 위험 앞에서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찾는 학문입니다. AI 시대에 질문은 더 복잡해졌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기술이 사람을 위해 작동하는지, 아니면 사람이 기술에 맞춰 살아야 하는지. AI 인형을 아기처럼 돌보고 싶었던 그 할머니의 마음이,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학생들과 함께 그 질문 앞에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서고 싶습니다. 돌봄과 노동이 교차하고, 기술과 공동체가 만나는 이 광장에서, 상상이 일상이 되는 사회복지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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