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은 단순한 지역적 비극이 아니다. 국가와 이념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충돌하며 빚어진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이다. 1948년 4월 3일을 기점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무고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오랜 시간 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었다.
해방 이후 한반도는 새로운 국가 체제를 세우는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특히 제주도는 남한 단독 선거에 대한 반대와 정치적 갈등이 겹치며 긴장이 고조된 지역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장 충돌이 발생했고, 정부의 강경한 진압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대부분이 무장 세력이 아닌 평범한 주민들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군과 경찰은 ‘토벌’이라는 이름 아래 마을을 불태우고 주민들을 집단으로 처형하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어린아이와 노인까지 예외 없이 희생됐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던 이 비극은 우리 사회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국가란 무엇이며, 권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참상이 오랜 기간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빨갱이’라는 낙인 속에서 침묵을 강요받았고, 진실을 말하는 것조차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게 제주 4·3은 역사 속에서 잊힌 사건으로 남을 뻔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마침내 국가 차원의 조사와 사과가 이뤄졌다.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야말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제주 4·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단지 과거를 되새기기 위함이 아니라,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념과 갈등이 인간의 생명보다 앞설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역사 앞에서 더욱 겸손해야 하며,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제44대 제주총학생회가 주관하는 ‘4·3 희생자 추념식’이 4월 11일(토) 오후 2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다. 전국 13개 지역총학생회 임원, 집행부, 학우들이 제주지역대학에 집결해 함께 위패 추모비를 참배하고, 헌화하며, 4·3 희생자 유족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이번 4·3 추념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를 되새기고, 그 의미를 현재와 미래로 이어가기 위한 공동의 다짐이다. 제주 4·3 사건을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며,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실천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고통스럽지만, 망각은 더 큰 비극을 낳는다. 제주 4·3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다. 제주지역 학우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우들과 이런 다짐을 공동체 속에서 실천하는 자리로 이번 추념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추념식에서 전국의 방송대 학우들이 제주에 모여 지역 사회와 함께 희생자들을 기리고, 아픔을 공감하며,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이 시간이, 단순한 추모를 넘어 살아있는 교육이자 사회적 책임의 실천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그것이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며, 우리가 제주 4·3을 끝까지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