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마로니에

방송대는 제게 두 번 찾아온 학교였습니다. 첫 번째는 젊은 시절, 두 번째는 삶의 중턱에서였습니다. 같은 학교였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 두 번의 경험 사이에서 저는 비로소 ‘배움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됐습니다.

 

20대 사회 초년생 시절 저는 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신혼의 맞벌이 직장인이었고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장이었습니다. 하루하루는 분주했고 마음은 늘 급했습니다. 학교에 가는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였습니다. 강의가 끝나면 곧장 돌아왔고, 학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마음을 나눌 여유는 없었습니다.

 

졸업 후 돌아보니 손에 남은 것은 종이 한 장뿐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추억도, 마음을 나눈 친구도, 오래 기억할 인연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그것이 방송대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 후 방송대는 분명 모교였지만 제 마음속에서 특별한 울림을 주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약 10년이 흐른 뒤 우연히 학교 앞을 지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신·편입생 모집 안내를 보게 됐고, 호기심이 생겨 학교 관계자와 상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문화교양학과에 다시 입학하게 됐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은 제 삶의 작은 전환점이었습니다.

 

두 번째 방송대 생활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이전보다 삶의 속도가 조금 느려졌고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주변을 돌아보게 됐고, 학우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웃고 공감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학생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만남의 폭은 더 넓어졌습니다. 학과 동기들과 선후배, 그리고 동문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인사로 시작했던 관계가 시간이 지나며 깊어졌습니다. 사람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깊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는 각자의 사연과 세월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저는 제 생각이 얼마나 좁았는지 알게 됐습니다. 방송대 학우들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이었고, 그 세월 속에서 얻은 지혜와 성찰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처음 방송대에 다시 들어왔을 때 저 자신을 꽤 큰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 경험도 있었고 나름의 경력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학우와 동문들을 만나면서 제 마음속의 원은 점점 작아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저는 점 하나처럼 작아졌습니다. 그 대신 제 주변의 사람들은 별처럼 빛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월 속에서 켜켜이 쌓인 삶의 경험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깊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통해 사람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어떤 학위보다도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방송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재학생 여러분께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공부는 물론 중요합니다. 학점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학교생활이 오직 학점과 시험으로만 채워진다면 그것은 너무 아쉬운 일입니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십시오. 학우들과 이야기하고 학생회 활동에도 참여해 보십시오. 서로의 삶을 나누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예상하지 못한 배움을 얻게 될 것입니다.

 

방송대에서의 시간 속에서 여러분이 더 넓은 인연을 만나고, 더 깊은 사람의 향기를 느끼며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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