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실현이라는 방송대의 설립 취지와
평생 즐거운 스포츠 참여라는 생활체육의 정신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위클리로부터 원고 제안을 받았을 때와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감정의 차이는 많은 교수님께서 느껴보셨을 것 같다.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어떻게 첫 문장을 시작해야 할지…. 몇 번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다가, 생각을 정리할 때마다 즐겨 찾는 산책길을 걸었다. 걸으며 내가 왜 이 분야를 공부하게 됐는지 기억을 되살려봤다.
내 교육과 연구는 거창한 꿈이 아닌 ‘공감’과 ‘위로’에서 시작됐다. 이 글을 읽으실 교수님과 학우님들께 내가 왜 이 공부를 하게 되었는지 담백하게 나의 이야기를 적고자 한다.
누구나 삶에서 기억에 남는 인생 몇 컷이 있다. 첫 번째 기억의 조각은 부모님의 어깨다. 또래들보다 부모님 연세가 많았고, 퇴근 후 늘 고단해하시는 부모님께 어린 시절 할 수 있는 효도는 피로로 딱딱해진 근육을 풀어드리는 것이었다. 안마를 해드릴 때마다 시원해하시는 모습에 나는 자연스레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 같다.
두 번째 조각은 고등학교 시절, 의사 가운을 입고 인체 모형 앞에서 운동의 중요성을 설명하시던 한 교수님의 모습이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건강에 관심이 많았던 내게 그 분야는 참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져 주저 없이 ‘운동처방’이라는 전공을 선택하게 됐다. 대학 시절,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기전을 배우는 과정이 참 좋았다. 공부하면 할수록 ‘체육’이라는 학문이 참 이로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분야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확신이 깊어졌다.
세 번째 조각은 어린이집 선생님 품에 맡겨지던 딸의 모습이다. 박사과정 동안 나는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 엄마였다. 태어난 지 60일밖에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연구실로 향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선후배들이 밤새 연구실 불을 밝히고 있을 때 저녁 6시만 되면 아이를 데리러 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봤다. 포기를 고민할 만큼 어렵고 외로웠지만, 돌이켜 보면 그 경험이 공부와 일상을 함께 꾸려가는 방송대 학우들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소중한 자산이 된 것 같다.
네 번째 조각은 2021년 방송대 생활체육지도과 학우들을 처음 만났을 때다. 수업을 하면서 이렇게 반짝이는 눈빛을 본 적이 드물었다. 다양한 경험과 연령대의 학우분들이었지만, 운동과 건강 그리고 공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분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교육자로서 더없는 행복이었다. 인상적인 분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해 두곤 했는데, 그 대화들은 연구와 교육에 대한 다양한 영감을 줬다. 언젠가는 학우들과의 추억이 담긴 책을 출판할 날을 꿈꿔 본다.
마지막 한 컷은 2026년 3월 3일, 교수님들께 처음 인사드리던 날이다. 그날 많은 교수님께서 공통으로 하신 말씀이 있다. “우리 학교 참 좋은 학교예요.” 그 이후로 그 말씀이 종종 떠오른다. 누구에게 좋은 학교일까? 생각해 보니 우리 학교는 학우들뿐만 아니라 교수님들에게도 좋은 학교인 것 같다.
평생교육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도 배움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우리 학교가 참 멋지다. 생활체육의 철학인 ‘Sports for All’은 스포츠를 전문 선수를 넘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누려야 할 기본 권리로 여긴다. 또한 성과 중심이 아닌 건강 증진과 삶의 즐거운 화합을 목표로 하며, 참여와 과정 그 자체를 가치로 삼는다. 평생교육 실현이라는 방송대의 설립 취지와 평생 즐거운 스포츠 참여라는 생활체육의 정신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방송대에 오면서 큰 꿈이 하나 생겼다. 학우분들을 보면 또래에 비해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다수의 연구에서 증명해온 교육의 건강학적 효과를 실제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미국의「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가 삶의 궤적을 추적해 건강한 노화의 열쇠를 찾아냈듯, 먼 훗날 우리 방송대 학우들이 배움과 운동을 병행하며 얻은 삶의 활력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강 리더임을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선배 교수님들이 방송대를 좋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 일궈온 터전 위에, 나도 그 일원이 되고 싶다. 방송대가 내 인생의 ‘sweet spot’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윤은선 방송대 교수·생활체육지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