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마로니에

‘서점에서 만나요.’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그간 많은 소개 글을 써왔습니다. 광고 카피부터 때로는 긴 서평까지. 모두 출판사 입장에서 쓴 글이니 ‘서점에서 만나자’는 말로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출판사가 독자를 만나는 곳이 서점 외에는 도서관이 전부니까요(도서관에서 만나자고 못하는 이유는 짐작하신 그대로일 거예요).

 

그나저나 상품의 성격이 확실한 시장에는 그와 닮은 소비자들이 주를 이루기 마련입니다. 가령 무신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상대적으로 상상하기 쉬운 반면, 쿠팡을 이용하는 사람은 특정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출판 시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미지라고 특정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들은 주로 교보문고와 예스24와 알라딘을 이용합니다(독자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떠오르셨다면 그게 맞을 거예요. 미리 말해두지만, 저는 그들을 존경하고 아낍니다).

 

언젠가부터 서점에서 만나는 그 독자들을 위한 책 소개가 변화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독자의 이미지가 변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지금 당장 다른 시장, 다른 소비자를 찾기 어려우니 진부함을 견디며 근근이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찾으러 매일 헤매듯 탐구했지만, 출판업계 특유의 무기력함은 늘 걸림돌이 되곤 했습니다.

 

그러다 ‘와디즈’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찾았습니다. 와디즈는 좋은 가치에 투자한다는 펀딩의 개념을 기초로 특정 취향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한정판 판매 플랫폼으로 진화한 곳입니다. 어렵게 말했지만 ‘Now or Never’(지금 아니면 없음)가 이 시장의 핵심으로, 아주 많은 분야의 콘텐츠가 소비자가 아닌 팬을 만나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는 곳이 바로 와디즈입니다.

 

이번에 출판문화원은 DK 맵바이맵 에센셜 3(『DK 지도로 보는 세계사』, 『DK 지도로 보는 전쟁사』,『DK 지도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3종 세트)를 와디즈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PD로서 제품 구성을 기획하고 굿즈를 제작, 일정을 짜고 광고를 집행하는 등 평소보단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1억 3천만 원 정도 판매고를 올리고 마감했습니다. 진행하며 참여자의 인구통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수치를 보며 이 일을 하고 처음으로 머릿속 독자의 이미지가 변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교보문고와 예스24와 알라딘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 또는 새로운 독자. 정확히는 ‘존재조차 몰랐던 팬’(마찬가지로 이미지를 특정하진 않겠습니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지요. 이 말은 수면 위에 떠오른 빙산에 시선을 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아래 바다의 심연으로 향해 있는 더 거대한 빙산을 상상하게 합니다. 와디즈 펀딩은 그간 만나온 독자를 빙산의 일각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저기 더 큰 시장이 있다. 내가 아는 독자보다 모르는 독자가 더 많다. 큰 매출을 일으킨 것보다도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 제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말하자면 울타리를 넘어본 경험. 그리하여 보게 된 새로운 풍경과 멀리서 본 떠나온 곳의 낯선 모습. 오늘과 같은 내일을 내일이라 할 수 없는데, 모처럼 내일이 생긴 것 같아 기쁘네요. 동시에 마침내 어제가 된 오늘을 이제는 조금 너그럽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하하. 다소 현학적인 얘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출판문화원의 다음을 기대해 주세요. 쉽지 않은 길이겠으나 언제 어렵지 않은 적도 없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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