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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가 ‘KAI 사업본부’를 신설해

학내에 흩어져 있던 AI 사업들을 한데 모으고,

대국민 AI 교육과 대학 AX, 지역 교육이라는 세 축으로

혁신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래서 시의적절하다.

 

챗GPT가 우리 일상에 들어온 지 채 3년이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세상은 생성형 AI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이는 교육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정리하거나 어려운 개념을 좀더 쉽게 이해하고 싶을 때, 그리고  자료를 번역할 때 자연스럽게 AI의 손을 빌린다. 적절히 활용한다면 AI는 학습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며, 혼자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많은 우리 대학 학습자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할 수 있다.

 

다만 같은 도구가 정반대의 그림자도 함께 드리운다. 과제물 작성에서의 AI 활용이 바로 그 지점이다. 생각을 스스로 묶어내는 훈련 없이 결과물만 매끄럽게 다듬는 일이 일상이 된다면, 학습의 본령인 ‘사유의 근육’은 자라지 못한 채 화면 속 문장만 가지런해질 뿐이다. 누구의 글이 누구의 사유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지는 순간, 교육은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신뢰의 기반마저 잃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AI를 금지의 대상으로만 다루는 것도, 무제한의 도구로 방치하는 것도 답이 되기 어렵다. 어디까지가 학습이고 어디서부터가 반칙인지를 학생과 교수자가 함께 합의해 갈 일,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AI 리터러시’의 본모습이 아닐까 싶다.

 

방송대는 이 지점에서 다른 대학과 사뭇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 고졸 이후 갓 입학한 학생, 늦은 밤 강의를 듣는 직장인, 만학도가 어우러져 있고,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세대와 AI라는 단어조차 낯선 세대가 같은 교육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AI 리터러시 교육은 어느 한 수준에 맞춰 일률적으로 설계되기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프롬프트를 더 정교하게 다듬는 일’이 과제라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AI에게 첫 질문을 건네는 일’이 출발점이다. 모두를 아우르는 단계별·맞춤형 AI 리터러시 교육이 우리 앞에 놓여진 중요한 과제다.

 

이 고민은 학생들만의 문제로 머물지 않는다. 강의 제작과 학사 행정 전반에서 AX(AI 전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시기다. 방송대 강의는 다양한 학습자에게까지 닿는데, 제작 과정에 AI를 결합하면 자막·번역·요약의 정확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시·청각장애 학습자를 위한 접근성도 의미 있게 개선될 수 있다. XR과 결합된 실감형 콘텐츠 역시 원격 강의의 오랜 숙제였던 ‘현장감의 부재’를 메울 새로운 가능성으로 기대된다. 대학 행정에서도 학적·수강·상담에 AI 에이전트가 결합되면 더 깊이 있는 학습자 맞춤형 지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방송대가 ‘KAI(KNOU AX Innovation) 사업본부’를 신설해 학내에 흩어져 있던 AI 사업들을 한데 모으고, 대국민 AI 교육과 대학 AX, 지역 교육이라는 세 축으로 혁신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래서 시의적절하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추진체계가 ‘신기술의 도입’에 머물지 않고 ‘교육 철학의 재정립’을 함께 이뤄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기술을 들여올 것인가에 앞서, 어떤 학습자도 뒤에 남겨두지 않고 함께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다.

 

AX는 이제 방송대에 있어 선택이 아니라 시대가 부여한 사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명은 빠른 속도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넓은 품과 찬찬한 걸음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선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가장 천천히 걷고 있는 학습자의 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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