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7월 공연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열중

49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문화예술 공동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가운데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무대를 지켜온 이들이 있다. 1978년 ‘화합·창조·계승’이라는 슬로건 아래 창단된 방송대의 대표적인 연극 동아리 극예술연구회(회장 이화기)다.
지난 49년 동안 극예술연구회의 수많은 재학생과 동문은 무대 위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전통을 이어왔다.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연극인과 문화예술인을 배출해 왔으며, 매년 신입생 환영 공연과 정기공연을 개최해 연극을 통한 소통과 공감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장희재 지도교수(중어중문학과)와 함께 열정적으로 활동 중인 극예술연구회는 현재 45명의 동문과 16명의 재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단순한 동아리를 넘어 삶을 이해하는 문화예술 공동체로 자리매김했다.

지도교수 번역작 연극 「원칙」 관람, 감동과 성찰의 시간
이들이 지난 5월 30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깜짝 모임을 가졌다. 지도교수인 장희재 교수가 번역한 연극 「원칙」(궈융캉 작)을 함께 관람하고, 곧 무대에 올릴 작품에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학교를 배경으로 각자의 원칙이 충돌하며 겪는 갈등을 그린 이 작품은 단원들에게 깊은 성찰을 안겼다. 단원들은 무대 장치와 구성, 배우들의 발성과 몸짓까지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단체 관람에 참석한 이들은 저마다 깊은 소감을 전했다. 48기 문명은 학우(청소년교육복지상담)는 “원작을 책으로 봤을 때와 연극으로 볼 때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2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고, 보는 내내 나의 원칙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48기 안보영 학우(법)는 직장인의 관점에서 팀장과 팀원이라는 구성원에 대입해 보게 됐다며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서로가 처한 상황과 책임의 무게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답보다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얻은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49기 최덕호 학우(일본) 역시 “법과 정의, 원칙과 인간성 사이의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어서 흥미로웠다. 교장과 교감의 갈등 속에서 원칙과 인간적인 배려가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깊은 생각을 안겼다”라고 전했다. 극예술연구회 회장인 48기 이화기 학우(도시콘텐츠·관광)는 “관객에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는 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며 감동과 성찰의 시간을 선물해 준 지도교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48기 정혜경 학우(도시콘텐츠·관광 휴학)는 홍콩 작가의 작품임에도 한국의 실정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호평과 함께, 연극에 도입된 자막 시도에 대한 신선한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49기 김대진 원우(대학원 통계·데이터과학과)는 “갈등이 단순한 대립으로 끝나기보다 발전된 토론과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현대 사회의 신념 충돌 문제를 짚어냈다. 48기 이경희 학우(도시콘텐츠·관광)는 연극을 통해 오랫만에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학창 시절 은사님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다면 직장과 가사, 학업을 병행하기도 벅찬 와중에 연극 활동까지 소화하는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답은 ‘책임감’과 ‘연극을 향한 사랑’에 있었다. 49기 최하나 학우(법)는 “바쁜 와중에도 공연에 누를 끼칠 수 없어 대본 파일을 틈틈이 외우고 있다”라며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줬다. 이화기 회장(관광)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부족하지만,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기에 시간을 짜내가면서 참여하고 있다”라며 연극 활동이 일상의 큰 활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48기 윤명자 학우(사회복지)도 직장에서 지칠 때마다 방송대 공부와 연극 활동이 일어설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이들 단원들에게 방송대와 극예술연구회는 삶의 중요한 자아실현 공간이 됐다. 36기 강병민 동문(미디어)에게 방송대는 ‘집 같은 존재’이며, 48기 문명은 학우(청소년)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준 곳이자 꿈을 펼치게 해준 곳’, 49기 최덕호 학우(일본)에게는 ‘인생의 또 다른 학교’다.
연극을 사랑하는 후배들을 향한 선배들의 격려도 따뜻하다. 1기 최석천 동문(법·초등교육)은 “선배로서 그저 곁에 서서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동행이 되고 싶다”라며 응원했다. 8기 김종관 동문회장(경영) 또한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방송대 후배들의 멈출 줄 모르는 열정과, 피와 땀을 적시는 노력에 같은 동문으로서 무한한 자긍심과 긍지를 느낀다”라고 자랑스러움을 표했다. 20기 김현이 동문(가정) 또한 “포기하지 않고 무대를 채워주는 후배들의 치열한 삶 그 자체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것”이라며 격려를 보냈다.

일상과 학업, 그리고 무대를 향한 열정
극예술연구회 단원들은 오는 7월 4일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치유예술제에 참여해 연극 「시간이 지나도」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20기 이종승 동문(방송정보)이 작·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5·18 민주화운동,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가 겪어온 크고 작은 아픔들을 돌아보며, 잊지 말아야 할 기억과 연대의 의미를 담아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배우들이 직접 경험한 삶의 고민과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각색해 진정성을 더한다.
단원들은 단순히 대사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인물들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종승 동문은 “극예술연구회의 힘은 때 묻지 않은 순수성에 있다. 아마추어가 지닌 진정성이 관객에게 더 깊이 다가가는 무대가 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희재 지도교수는 “팬데믹 기간 모든 동아리가 힘들었겠지만, 현장성이 중요한 극예술연구회는 특히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낸 걸로 안다. 이화기 회장, 김종관 동문회장을 비롯해 동문, 재학생이 모두 합심해 극예술연구회를 재건하려고 애쓰고 있다. 2028년 50주년 동문·재학생 합동공연까지 기운이 잘 모이길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라고 격려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연극 속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극예술연구회. 오는 7월, 진정성 있는 위로의 메시지를 들고 찾아올 이들의 무대가 기대된다.

 

다음은 극예술연구회 단원들이 말하는 '나에게 방송대와 극예술연구회의 의미'다.
김종관 동문회장(8기, 경영학과): 선배로서의 감정, 각자가 처한 시간적, 경제적, 환경적 제한 범위 내에서도 배움의 미련과 성취욕구를 충족하고자 일인다역을 소화하면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방송대 후배들의 멈출줄 모르는 열정과 피와 땀을 적시는 노력에 같은 동문으로서 무한한 자긍심과 긍지를 느낍니다.


강병민 자문위원(36기, 미디어영상학과): 방송대는 집같은 존재입니다. 극예술연구회에 참여한 보람은 추억을 정말 많이 쌓아왔다는 데 있습니다.

 

∎오지영 (47기, 유아교육과) - 인생에 있어서 앎이 늘 이어지듯이 방송대는 그런 앎이 지속되도록 배움과 지식을 터득해 갈 수 있는 존재죠. 극예술연구회를 참여하므로서 삶에 동기를 부여하게 됐고, 그 기회와 경험으로 삶에 의미가 깊어지고 즐거운 인생, 소중한 나에 대해 더욱 긍정적인 가치를 느끼고 있습니다.


송복렬(48기, 도시콘텐츠⸱관광학과 4학년) - 방송대는 배움에 대한 꿈풀이가 가능하고 극회는 그 가운데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 갈 때 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시간과 더불어 딸려오는 성취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윤명자(48기 사회복지학과):  유아교육과, 교육학과, 청소년교육과, 사회복지학과... 또 뭐가 있을 것도 같은데? 아! 극회 동아리. 성년이 되고 나서 방송대와 떨어져 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자연스러운 나의 일부분이 됐고,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더라고요.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나에게, 자랑할 수 있는 한 구석. “너희들 나한테 까불지 마라. 나 연극도 하는 여자야!”


이화기 회장(48기, 도시콘텐츠⸱관광학과 4학년): 방송대가 제게 이루지 못했던 대학의 꿈을 이루게 해준 곳이라면, 극예술연구회는 그 꿈이 끝이 아니라 더 멋진 새로운 꿈을 꾸게 해준 소중한 공간입니다.

정혜경(48기, 도시콘텐츠⸱관광학과 휴학중): 방송대는 20대의 치열했던 학업공간이 아니라 자아실현이 여유로운 공간이인 것 같아요. 극예술연구회 참여하면서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를 찾아 갑니다. 또한, 방송대는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소중한 배움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출석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직장인들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문명은(48기, 청소년교육복지상담학과 2학년): 방송대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저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 곳,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던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준 곳으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안겨준 곳입니다. 방송대 생활 너무 행복합니다!

최덕호(49기, 일본학과 3학년): 방송대는 제게 새로운 도전의 기쁨과 배움의 즐거움을 선물해주는 인생의 또다른 학교입니다. 극을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즐거움을 배우고 있는데, 무대에 서는 것은 성취감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김대진(49기, 대학원 통계·데이터과학과 석사과정): 저는 현재 통계·데이터과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데, 최신의 머신러닝부터 전통적인 통계학까지 다양한 이론과 분석 방법을 배우며 업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기에 학업은 새로운 자극과 동기를 제공해 주었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해줬습니다. 평소 연극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무대에 올려지는지 궁금했는데, 극예술연구회 활동을 통해 그 호기심을 직접 경험하며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과 직접 참여하는 것은 다른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연극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졸업하신 선배님들께서 지금도 꾸준히 연구회 활동에 참여하고 계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사회생활로 바쁜 가운데서도 매주 시간을 내어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극예술연구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선후배 간의 지속적인 교류와 유대감은 극예술연구회만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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