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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결된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생각 없이 움직이는 군체가 될 것인가.

 

영화「군체」는 감염자들이 등장하는 재난 영화이지만, 단순한 좀비물로만 보기에는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영화 속 감염자들은 흩어진 괴물이 아니라 서로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반응한다. 특히 감염자들이 인간의 속임수에 점차 적응하고, 개별 행동이 아니라 집단적 반응으로 생존자들을 압박하는 장면은 단순한 공포 연출을 넘어 현대 정보사회의 불안을 떠올리게 한다. 이때 ‘군체’는 단순한 무리가 아니라, 개별자의 판단이 사라지고 전체의 방향만 남는 상태를 뜻한다.

 

군체라는 개념은 생물학에서 먼저 떠올릴 수 있다. 개미나 벌 같은 사회성 곤충은 개체 하나하나는 단순하지만, 전체로는 정교한 질서를 만들어낸다. 이를 군집지능 또는 집단지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집단지성은 언제나 긍정적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지혜가 모이면 더 나은 판단을 낳을 수 있지만, 개인의 의심과 성찰이 사라지면 집단지성은 집단광기로 바뀐다.「군체」가 보여주는 공포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연결은 강해졌지만 판단은 사라진 세계다.

 

이 영화가 오늘의 SNS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NS는 현대인의 일상적 정보망이다. 우리는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타인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사건에 반응한다. 기존 언론이 놓친 문제가 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는 긍정적 기능도 분명 있다. 그러나 SNS의 속도와 확산력은 동시에 위험한 부작용을 낳는다. 사실 확인보다 감정이 먼저 퍼지고, 신중한 판단보다 즉각적 반응이 앞서며, 복잡한 문제는 편 가르기의 구호로 단순화된다.

 

사회심리학은 인간이 집단의 압력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다수가 움직이면 개인은 자신의 판단을 유보하고 흐름을 따라가기 쉽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의견은 더 강하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이동한다. 여기에 확증편향이 더해지면 사람들은 이미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불편한 사실은 외면한다. SNS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계속 보여주면서, 자신과 비슷한 의견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군체」의 감염자들은 이런 상태의 극단적 은유처럼 보인다. 그들은 연결돼 있지만 토론하지 않는다. 반응하지만 숙고하지 않는다. 전체는 빠르고 강하지만, 그 안의 개별자는 비어 있다. 현대 SNS에서도 비슷한 장면은 자주 나타난다. 어떤 인물이나 사건이 논란이 되면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기 전에 분노가 먼저 확산된다. 누군가는 순식간에 영웅이 되고, 누군가는 악인이 된다. ‘좋아요’와 ‘공유’의 숫자는 진실의 증거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동시에 믿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진실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동시에 믿기 때문에 더 위험한 거짓도 있다.

 

이 지점에서 언론의 책임은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언론은 SNS 여론을 단순히 따라가는 기관이 아니어야 한다. 언론의 본래 역할은 사실을 확인하고, 맥락을 제공하며, 사회가 감정적 군체로 변하지 않도록 판단의 기준을 세우는 데 있다. 그런데 오늘날 일부 언론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논란을 확대하고, 클릭 수를 의식해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며,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누리꾼 반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그 순간 언론은 군체를 감시하는 장치가 아니라 군체의 확성기가 된다.

 

더 위험한 것은 SNS와 언론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구조다. SNS에서 작은 의혹이 제기되면 언론은 그것을 기사화하고, 기사는 다시 SNS에서 공유된다. 사람들은 “언론에도 나왔다”는 이유로 의혹을 사실처럼 받아들인다. 이후 사실관계가 달라져도 이미 형성된 낙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 속 감염이 한 번 번지면 통제하기 어렵듯, 정보의 감염도 한 번 퍼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언론은 빠름보다 정확함을, 자극보다 검증을, 여론의 흥분보다 공적 책임을 앞세워야 한다. 특히 사실과 주장, 의혹과 검증을 구분하는 일은 언론이 끝까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영화 「군체」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영화 속 감염자들과 얼마나 다른가. 몸은 감염되지 않았지만, 생각이 이미 집단의 흐름에 포획되어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개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두가 같은 분노를 느끼고, 같은 대상을 공격하고, 같은 구호를 반복할 때 우리는 시민인가, 아니면 군체의 일부인가.

 

「군체」의 공포는 스크린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도 SNS 안에서 되풀이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분노를 만들고, 분노가 다시 확신을 만들며, 확신은 추종과 배척을 낳는다. 이 흐름을 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반응이 아니라 더 느린 판단이다. 언론이 SNS의 속도에 휩쓸리면 사회는 군체를 향해 간다. 반대로 언론이 사실 확인과 균형, 맥락과 책임을 회복한다면 사회는 다시 개인들의 사회로 돌아올 수 있다.「군체」는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연결된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생각 없이 움직이는 군체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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