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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이번 분기에 얼마를 벌었는가’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인 셈이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
이런 실적 발표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주가도 크게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회사가 많은 이익을 냈으니, 기업의 가치도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영업이익은 기업이 본업을 통해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과 지표이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적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숫자이기도 하다. 영업이익을 비롯한 회계 이익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기업이 꾸준히 큰 이익을 창출하면 기업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회계학에서는 회계 이익이 기업의 주가를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를 ‘가치관련성(Value Relevance)’이라고 한다. 가치관련성이 높다는 것은 회계정보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며, 그 정보가 실제 주가에도 잘 반영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수많은 연구에서 회계 이익은 주가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회계정보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가치관련성이 높다고 해서 회계 이익과 주가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주가는 회계 이익뿐 아니라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나 산업 전망 등에 대해 시장이 형성하고 있는 기대도 함께 반영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절대적인 이익의 크기보다 ‘시장의 기대와 얼마나 달랐는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시 말해,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실적 자체가 아니라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얼마나 뛰어넘었는지(혹은 밑돌았는지)이다.

 

회계학에서는 투자자들이 실적 발표 이전에 예상하고 있는 이익 수준을 ‘기대이익(Expected Earnings)’, 실제 발표된 이익이 그 기대보다 얼마나 많거나 적은지를 ‘비기대이익(Unexpected Earnings)’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시장이 영업이익 10조 원을 기대했는데 실제로 12조 원을 기록했다면 긍정적인 비기대이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역대 최대인 13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더라도 시장이 15조 원을 기대했다면 부정적인 비기대이익이 발생하며, 주가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사례는 이러한 원리를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에서 약 89.4조 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이는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었으며, 엔비디아와 애플이 기록했던 역대 분기 영업이익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실적 발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6.84% 하락했다.

 

언뜻 보면 비기대이익 이론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번 실적은 긍정적인 비기대이익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이번 분기 실적보다 앞으로도 이러한 실적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정점 논란, 향후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 대규모 투자 부담, 이미 주가에 반영된 높은 기대 수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가는 실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이번 분기에 얼마를 벌었는가’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인 셈이다.

 

회계 이익은 기업의 현재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이며, 주가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미래를 평가한다. 앞으로 기업의 실적 발표 기사를 보게 된다면 숫자의 크기뿐 아니라 시장이 왜 웃고 왜 실망했는지도 함께 살펴보길 바란다. 숫자와 시장의 기대를 함께 읽을 때 비로소 회계정보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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