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날, 함께 땀 흘리며 서로를 격려해 준
동학들이 있었기에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배우며,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여정이 됐다.
60대의 나이에 다시 펜을 잡고 낯선 타국에서 중국어와 한자(간체)를 번갈아 써 내려가는 하루하루의 시간은 그 자체로 커다란 도전이자 기쁨이었다.
이번 하얼빈 연수는 14박 15일 일정으로 초급, 중급, 고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내가 속했던 초급반 14명은 대부분 열정 가득한 재학생들로 구성돼 있어 수업 분위기가 늘 뜨거웠다. 원어민 강사님들의 열띤 강의 속에서 모두가 단 한 자라도 더 알아듣고, 한 마디라도 더 입으로 말해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내 차례가 다가올 때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어제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먹었는지’ 중국어로 정리해 동학들 앞에서 발표하려 애쓰던 순간들은 배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초급 같지 않은 실력파들 사이에서도 가장 ‘초급다운’ 순수한 열정으로 타의 모범이 되어, 14일 동안 실력이 부쩍 성장해 우리 반 모두의 진심 어린 박수를 받던 한 학우의 모습은 가슴 따뜻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는 현지 학생 및 유학생 후다오 선생과 1대3으로 조를 이뤄 다양한 교외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조 후다오 선생의 친절한 안내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수많은 인파와 각종 상점, 서점들로 활기 넘치는 중앙다지에였다.
이후 연수 마지막 주 목요일에 찾은 하얼빈시 박물관에서 만난 중국 국가급 무형문화재 ‘만주족 비단 자수(, 만수)’ 작품들은 수많은 견학지 중 단연 가슴 깊이 남은 명작이었다. 특히 정교한 결을 자랑하는 연꽃 작품 앞에서는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어린 시절 직접 자수를 놓았었기에, 실 한 땀 한 땀에 들어간 장인의 혼과 공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마음 깊이 와닿았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 중국의 미학과 정교한 장인정신을 보여 준 그 순간은 이번 연수에서 만난 가장 값진 기억이자 인생의 보물이 됐다.
오후 4시, 조별 활동이 끝나고 자율활동 시간을 맞으면 조원들과 함께 직접 지하철과 택시를 타고 시내 곳곳을 자유롭게 누볐다. 러시아풍 바로크 양식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선 라오다오와이(老道外)에서 거리 악단의 이국적인 연주를 감상하고, 시원한 송화강 강바람과 태양도의 풍경, 그리고 시끌벅적하고 활기 넘치는 야시장의 정취를 몸소 경험했다.
교실 안의 배움은 차창 밖 생생한 현장으로 펼쳐졌다. 731부대 유적지와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찾아서는 민족의 아픈 역사를 되새겼다. 고속열차를 타고 만주벌판을 두 시간 넘게 달려가 마주한 백두산 천지는 운 좋게 맑은 하늘 아래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온전히 드러내어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뒤이어 찾아간 용정시에서는 옛 일제 영사관, 용정 우물터, 선열들의 투쟁이 서린 15만 원 탈취 사건 현장, 그리고 3·13 반일 운동 묘역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뜨거운 여름날, 함께 땀 흘리며 서로를 격려해 준 동학들이 있었기에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배우며,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여정이 됐다. 여행은 끝나도 기억은 남는다고 한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면 이 순간도 문득 아련해지겠지만, 가슴속에 남은 뜨거운 인연과 배움의 기억만큼은 오래도록 빛날 것이다. 이번 15일간의 하얼빈 연수는 단순히 언어를 익힌 시간을 넘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예술적 감동, 그리고 첨단으로 변화하는 현장의 숨결이 교차하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내 인생 최고로 보람찬 여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