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실패한 건 의지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틀린 질문 “얼마나 덜 먹을까”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덜 먹고 더 움직여라.”
다이어트를 결심해 본 사람이라면 수없이 들어봤을 명제다. 이 단순한 문장은 오랫동안 영양학계를 지배해 온 ‘에너지 균형 모델(Energy balance model; EBM)’의 핵심이다. 들어오는 에너지보다 나가는 에너지가 많으면 살이 빠지고, 반대면 찐다는 열역학적 원리다. 정직하고 명확해서 토를 달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 공식은 자주 흔들린다. 의지력을 쥐어짜 칼로리를 줄여도 몸은 집요하게 허기를 보내고, 다시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려 한다. ‘정말 내가 의지력이 부족해서 살이 안 빠지는 걸까?’
여기에 다른 질문을 던지는 ‘탄수화물-인슐린 모델(Carbohydrate-insulin model; CIM)’이 있다. CIM은 ‘많이 먹어서 살이 찐다’는 결과에서 한 걸음 나아가, 왜 우리가 많이 먹게 되고 몸이 에너지를 저장하려 하는가를 묻는다.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는 혈당과 인슐린을 빠르게 끌어 올리는데, 인슐린은 에너지의 저장과 이용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CIM은 이 신호가 지방 저장과 식욕, 에너지 소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같은 300kcal라도 흰쌀밥과 견과류가 몸에서 다르게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러 대조 연구에서 저탄수화물 식단이 뚜렷한 대사적 우위를 보이지 않았고, 인슐린 수치와 체중 증가가 어긋나는 사례도 보고된다. 비판자들은 결국 체중을 좌우하는 것은 총 섭취 칼로리이며, 인슐린은 식욕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하나의 경로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CIM의 인과관계는 아직 검증이 진행 중인 가설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논쟁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흔히 ‘칼로리도 계산하고 탄수화물도 줄이자’는 무난한 결론을 내리지만, 이렇게만 생각하면 두 모델이 던지는 진짜 질문을 놓칠 수 있다.
EBM과 CIM은 반드시 서로를 배척하는 관계가 아니다. EBM은 체중 변화가 결국 에너지 균형과 연결된다는 물리학적 원리를, CIM은 그 균형이 왜 그런 방향으로 형성되는지를 설명하려는 생리학이다. 왜 어떤 사람은 쉽게 배고파지는가, 왜 체중을 줄이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가? 이런 질문에는 칼로리 숫자만으로 답하기 어렵다. 식욕과 호르몬, 신경계, 수면과 스트레스, 음식의 구성까지 여러 요인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결국 칼로리는 죄가 없다. 문제는 그 에너지가 몸 안에서 어떻게 쓰이고 저장되며, 다시 섭취를 유도하는가에 있다.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의 비중을 줄이고 단백질·섬유질·건강한 지방을 우선 채우는 방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제 매 끼니 숫자를 계산하며 스스로를 탓하는 ‘칼로리의 감옥’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자. 칼로리를 무시하자는 뜻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몸의 대사적 신호를 함께 이해하자는 것이다. 열역학이라는 물리학의 법칙 위에 인슐린과 호르몬이라는 생물학의 결을 더할 때, 체중 조절의 근원적 질문인 “얼마나 덜 먹을 것인가”를 넘어설 수 있다.
어쩌면 당신이 실패한 건 의지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틀린 질문 ‘얼마나 덜 먹을까’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왜 자꾸 저장하려 하는가’를 물을 때, 다이어트는 비로소 자책이 아니라 이해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