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한국젠더법학회 20주년 기념식 및 추계학술대회

한국젠더법학회(학회장 홍성수·박은정)가 지난 9월 12일 대학본부 열린관 대강당에서 학회 20주년 기념식 및 추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학회는 박은정 방송대 법학과장이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과)와 함께 공동 학회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젠더법학, 미래를 묻고 답하다’라는 주제로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개최된 행사의 제1부는 학회 20주년 기념식이었고, 사회를 맡은 박귀천 교수(이화여대 법전원, 17대 학회장)의 개회사로 시작했다. 박 교수는 “미개척 분야였던 젠더 관점의 법학 연구로 성평등 사회 실현에 기여해온 회원들과 역대 회장단의 노고에 감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2대 학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로스쿨 도입 후 여성 법조인 수는 크게 늘었으나 고위직 진출 비율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젠더법학 교육의 확대와 한국의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하자”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축사를 맡은 남인순 국회 부의장과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20주년을 맞이한 젠더법학회의 성장과 사회적 위상을 축하하는 한편, 최근의 관련 현안을 언급하며 지속적인 정진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이주영 법원 젠더법연구회장,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허윤정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전효숙 사단법인 올 이사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신숙희 대법관 등 내빈들이 단상에 올라 한국젠더법학회의 문제 제기가 관련 입법화와 제도화에 크게 기여해왔음을 밝히고, 향후 다양한 관련 주체들 간의 소통과 협력을 다짐했다.

 


1부의 마지막 순서에선 초대 회장 및 6~8대 학회장을 역임한 김엘림 방송대 법학과 명예교수가 한국젠더법학회의 연혁과 활동사에 대해 회고했다. 최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으로 부임해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김 교수는 발표문을 작성해 보내왔고, 박은정 공동 학회장이 대독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발족했던 학회의 초장기, 학술지 창간 등 외연 확대 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및 일본젠더법학회 등 국내외 단체들과의 연대 활동 등 학회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학회가 담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상기시키는 내용이었다.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 촬영 및 20분의 휴식 후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한 2부에선 홍성수 공동 학회장(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이 사회를 맡았다. ‘라운드 테이블: 젠더법학 걸어온 길 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대담에서 역대 회장들이 발언자로 나섰다.


3·4대 학회장을 역임한 양현아 명예교수(서울대 법전원)는 “젠더 문제와 관련된 굵직한 현안에 목소리를 내온 한국젠더법학회가 앞으로도 생활동반자법 제정, 돌봄 정책 입안 등을 위해 더 큰 노력을 경주하자”라고 제안했다. 9·10대 회장을 역임한 차선자 교수(전남대 법전원)는 젠더법학자로서의 연구 궤적을 설명하고,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보편적 권리로 보장되어야 할 ‘돌봄’ 측면의 젠더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자”라고 당부했다.


11·12대 회장 신옥주 교수(전북대 법전원)는 젠더법 관련 과목이 도외시되는 로스쿨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고 “젠더법의 변호사 시험 선택과목으로 지정되도록 추진하고, 현안 발생 시 성명서 발표 및 긴급 토론회 개최 등 연대 노력을 기울이자”라고 제안했다. 15·16대 회장을 역임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박사는 “법과 제도는 개정되었는데 왜 현실은 변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단편적 여성 정책을 넘어 국가 정책 전반(노동, 복지, 예산 등)의 성평등 추구라는 프레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후 3시 50분부터 시작한 3부는 추계학술대회로 진행됐으며, 현 부학회장인 김현아 변호사가 좌장을 맡았다. 「최근 판결례를 통해 본 젠더법학의 변화하는 지형」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선화 교수(서울대 법전원)는 성적 자유 침해의 외연 확대, 성인지적 관점 등과 관련된 최근 판례를 분석해 소개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진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소개된 판례의 하급심에 대한 영향력을 규명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사법 작용의 모든 과정에 ‘젠더 관점’이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는 논평을 남겼다.

 


두 번째 발제인 「젠더 평등이란 무엇인가: 개념의 확장과 변혁」을 발표한 김주현 연구교수(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는 젠더 평등 이전의 ‘평등의 근원적 정의의 모호성’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형식적 평등보다 실질적 평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젠더법학의 대상과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선 인간의 ‘존엄성’ 같은 추상적 개념보다 인간의 ‘취약성’과 ‘상호 의존성’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자인 김정혜 부연구위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발제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인류 공통의 취약성과 필멸성에 초점을 둘 경우 오히려 형식적 평등이 정당화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하며 ‘변혁적 해결책과 교차성 분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학계·법조계·정계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지난 20년간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한국젠더법학회의 학문적 성과와 입법적 기여를 평가하고 향후 20년을 위한 학제적 연대와 정책적 대안을 모색한 자리였다.


이현구 기자 zuibm@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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