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빵과 장미’ 선배시민학회 2026 공동학술대회

이날 행사는 학술대회 형식이었지만, ‘선배시민’이라는 담론이

국회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였다.

권영국 변호사의 말처럼, 과거 ‘무상급식’이 지역 조례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되며 법제화됐듯, 이번 자리 역시

전국의 선배시민들이 법제화와 제도화를 통해

‘빵과 장미’를 확보하는 ‘이상이 일상이 되는 상상’을

확인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대 사회복지학과가 키워낸 ‘빵과 장미’의 철학, ‘선배시민’이 마침내 국회에 입성했다. 선배시민학회(회장 김영애·방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사단법인 한국선배시민협회가 주관한 제7회 대한민국 선배시민 대회 및 ‘선배시민 담론의 확장과 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내건 선배시민 공동학술대회가 10월 2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선배시민 대회’와 ‘선배시민 공동학술대회’는 학술적 담론(개념)이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운동으로 확산하면서 다시 개념 심화로 선순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 동시에, 시민사회 운동이 ‘법과 제도’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선배시민 대회와 학술대회가 열리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오전 10시부터 전국 각지의 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선배시민’들이 단체로 입장하면서 이내 뜨거워졌다. 청년이나 장년이 아닌 70대 시민들은 연단에서 사회자가 지역을 소개할 때마다 환호하며 손을 흔들었다. 돌봄의 대상인 ‘뒷방의 노인’에서 당당하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선배시민’으로 자신을 호명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제7회 선배시민 대회는 애초 박정현 국회의원 단독 주최로 진행하려 했으나, 남인순 국회부의장, 서영석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조배숙·이수진·백선희·전진숙·전종덕·최보윤·박지원 국회의원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주최 측이 확장됐다. 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선배시민’ 문제를 두텁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선배시민, 공동체를 디자인하다’ 주제로 정책 제안까지
김형식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대회의 주제는 ‘선배시민 공동체를 디자인하다’입니다. 공동체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일을 넘어, 우리가 살아갈 사회의 모습을 함께 결정하고 만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선배시민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하며, 정책과 제도의 변화에 참여할 때 비로소 모든 세대가 함께 존중받는 공동체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대회는 선배시민 운동이 그동안 축적해온 철학과 실천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넘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새로운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습니다. 오늘 진행되는 선배시민 선언문 낭독과 정책 제안, 그리고 선배시민 담론의 확장과 제도적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은 선배시민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의 정책과 미래로 연결하는 소중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선배시민 대회를 공동 주최한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선배시민 여러분은 자신의 삶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이웃과 나누고, 지역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며, 후배세대를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고 계십니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노인의 수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 경험과 역량이 어떻게 사회의 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선배시민 여러분의 실천과 학술연구가 대한민국의 새롭고 건강한 노년을 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환영사를 전했다.
행사장을 찾은 조배숙·이수진·백선희·전종덕·최보윤 국회의원도 환영사를 통해 ‘선배시민’의 활동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더욱 활발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면서,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선배시민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선배시민 선언문’ 낭독과 각자의 현장 활동에서 문제를 찾고, 이의 해결점을 담은 ‘정책 제안문’을 국회에 건네는 장면이었다.
선배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는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후배시민을 돌보는 의무를 다한다. 우리는 차이가 편안히 드러아는 광장에서 서로에게 당당하고 풍요로운 세상에 대해 말하고 상상할 것이다. 우리 선배시민이 걸어가면 그것은 곧 공동체의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라는 내용의 ‘선배시민 선언문’을 낭독했다.
특히 경남선배시민센터, 대구선배시민센터, 충남선배시민센터, 대전선배시민센터, 전북시민센터 등 다섯 곳의 선배시민들이 정책 제안한 내용은 △시니어 휴먼 라이브러리 플랫폼 구축(경남) △맞춤형 주거 안전망 조성(대구) △선배시민 활동의 제도적·재정직 지원(충남) △유휴공간 개선, 자원연계를 통한 도시환경 개선(대전) △누구나 이해하는 생활정보 접근성 통합기준 마련(전북)이다. 의료와 돌봄 서비스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선배시민 스스로가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건강한 삶을 위해 구체적인 제안을 내놨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선배시민, 권리 가진 시민이자 공동체 문제 함께 고민하는 주체”
점심 식사 후 곧바로 1시 30분부터 인지훈 방송대 교수(사회복지학과)의 사회로 공동학술대회가 이어졌다.
김영애 선배시민학회장은 개회사에서 “선배시민운동은 노인을 단순히 돌봄과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 권리를 가진 시민이자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철학과 실천이 일부 지역과 기관의 노력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덕 기반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선배시민의 가치가 정책과 제도에 반영되고 법제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실천의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해, 공동학술대회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유범상 교수(사회복지학과)가 「선배시민 철학의 시작과 지향」을, 정의당 대표를 역임한 권영국 변호사가 「선배시민의 법제와 제도화」를 각각 발표하고, 이후 김용득 성공회대 교수가 좌장으로, 공군자 한국선배시민협회 부회장, 이명진 웅상노인복지관장, 이규창 진천노인복지관 선배시민(선암회 회장)이 토론자로 참여한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선배시민 담론은 2010년 전후 시민교육 및 대중강좌 현장에서 노련의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는 대안적 언어로 처음 등장했다. 초기에는 노인, 늙은이 등의 연령 차별적인 부정적 단어를 대체할 목적으로 제시된 강의용 언어였지만, 점차 노인복지관 및 시민사회 현장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점차 철학적·사회과학적 이론 체계로 발전했다.
선배시민 개념의 변화와 이것의 철학적 함의를 정리한 유 교수는 노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공동체의 미래를 재창조하는 ‘새로운 상상력’을 선배시민 실천론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유 교수가 눈여겨본 것은 민주화운동과 사업화를 동시에 경험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의 주류로 등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막대한 인구 규모뿐만 아니라 높은 교육 수준, 풍부한 조직적·정치적 경험, 그리고 민주주의적 의식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중심이 되는 선배시민 운동, 노년운동은 후배세대의 시민권을 함께 옹호하고, 공동체 전체의 보편적 복지와 정의를 확장하는 ‘공공적 시민권 운동’이어야 한다. 노년은 소멸의 시간이 아니라, 나와 공동체를 향한 호기심이 새롭게 피어나는 창조적이고 특별한 시간이다. 선배시민 철학은 이 특별한 시간 속에서 노년이 주체적 인간, 권리를 지닌 시민, 존엄한 사람으로 서서 공동체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젖힐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지차제 조례, 선배시민 ‘지원’은 있지만 ‘권리’ 명시하지 않아”
유범상 교수와 사석에서 만나 ‘선배시민’이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권영국 변호사는 선배시민을 어떻게 법제화, 제도화할지를 고민했다. 그동안 방송대 사회복지학과와 선배시민학회를 중심으로 개념을 다듬고, 노인종합복지관 등 다양한 경로에서 실천적 시민운동으로 정립되고, 지자체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던 부분에서 놓쳤거나, 한계로 남았던 대목을 정확히 짚어냈다.
전국의 지자체 가운데 선배시민 조례를 제정한 곳을 꼼꼼히 살핀 권 변호사는 “‘선배시민’이란 용어는 아직 국가 법률상의 법적 개념은 아니지만,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조례로 제도화해 지방자치 차원에서는 하나의 정책·입법 개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2023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선배시민’을 직접 규정한 조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 조례를 검토한 그는 이들 선배시민 조례의 주요 특징으로 △인식의 전환: ‘돌봄의 대상’에서 ‘권리의 주체’로 규정 △서비스 제공이 아닌 ‘시민성 향상 교육 및 학습’ 지원 사업을 핵심으로 명시 △정책 제안 기수(선배시민 대회)의 법적 근거 마련 △상위업이 부재한 상태에서 자치법규 중심의 법제화(상향식 제도 견인) 등을 읽어냈다.
권 변호사의 발표에서 시선을 끈 대목은 ‘선배시민 법제의 한계’를 지적한 부분이다. 그에 따르면, 선배시민에 대한 ‘지원’은 있지만, ‘권리’ 규정이 없다는 것. 이점에 착안해 권 변호사는 선배시민 제도화의 과제로 △기존 노인복지 법제와 ‘선배시민 법제’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 △현행 ‘선배시민 조례’를 ‘권리보장형 조례’로 전환하는 것(자치법규 입법의 핵심) △지역 차원의 조례를 축적해 궁극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노인 시민권 또는 선배시민 기본법제 구축을 추진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그의 결론은 간결했다. “선배시민 법제의 과제는 기존 노인복지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노인의 지위를 ‘복지의 대상’에서 ‘권리의 주체·정책의 참여자·공동체의 공동결정자’로 전환하는 데 있다. 그리고 조례에서 노인의 지위를 ‘권리의 주체·정책의 참여자·공동체의 공동결정자’로 구체화하는 핵심은 ‘지원사업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리 → 참여 → 공동결정 →권리 구제’의법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김용득 성공회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는 두 발표자와 현장에서 활동하는 공군자 부회장, 이명진 관장, 진천 선암회 회장인 이규창 선배시민이 참여해, 선배시민 법제화와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공군자 부회장은 ‘선배시민 담론 확장을 위한 선배시민교육과 공공적 시민권 운동을 위한 세력 확대 방안’을 제시했고, 이명진 관장은 노인복지관을 운영하는 현장의 관점에서 ‘철학과 제도 사이에서’ 선배시민 담론이 어떤 제도화의 길을 모색해야 할지를 물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선배시민 자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규창 선배시민은 자생적 조직인 ‘선암회’ 사례를 근거로 선배시민교육의 정착과 실효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는 학술대회 형식이었지만, ‘선배시민’이라는 담론이 국회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였다. 권영국 변호사의 말처럼, 과거 ‘무상급식’이 지역 조례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되며 법제화됐듯, 이번 자리 역시 전국의 선배시민들이 법제화와 제도화를 통해 ‘빵과 장미’를 확보하는 ‘이상이 일상이 되는 상상’을 확인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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