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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과 웨이트는 몸을 거듭나게 하는 반복 학습의 하나다.

몸을 만들고, 늘 새롭게 도전하는 일을 꾸준히 반복할 뿐이다.

이점에서 마라토너들은 어쩌면 평생학습의 원리를

스스로 체득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기나긴 밤이 어느덧 아침의 기세에 눌려 주위의 논이며 밭이며 풍경들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몸은 이미 내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주질 않았고 정신력에도 한계가 있었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최후의 종착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감언이설과 회유로 마지막 스퍼트를 강요하고 있었다.

진행요원들의 깃발과 징소리 그리고 주위사람들의 환호성?! ‘~!’ 하는 징소리와 함께 결승점의 테이프를 힘차게 갈랐다. 우와! 드디어 내가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것인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기쁨 반, 감격 반, 감동의 물결, 아니,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도착 시간 오전 756, 어제 저녁 6시에 출발해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기나긴 밤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달리기 시작한지 총 13시간 56분만에.”

나는 현재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사무처 강원검사국에서 일하고 있다. 윗글은 2003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한 뒤에 A4용지 8매 분량으로 쓴 완주기의 일부다. 불쑥 찾아오는 안팎의 시련에 몸과 마음, 정신이 지칠 때면 늘 꺼내보는 소중한 글이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던 중에 어떤 계기로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올해로 벌써 20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때는 산악자전거(MTB)2~3년 타면서 백두대간 구룡령, 운두령, 대관령, 배후령 등 강원도 산악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매년 발생하는 잦은 사고로 자연스레 산악자전거를 접게 됐다. 뒤늦게 시작한 골프도 적성에 안 맞아 시들해지고, 그럴 때마다 나는 어느새 항상 마라톤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아울러 이를 위한 기초체력 단련을 위해 웨이트를 약 18년째 같이 병행하고 있다.

답답하고 각박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다 그렇듯 가끔 신선한 일탈을 꿈꾼다. 운동은 나에게 많은 위안을 안겨주었고, 조직생활에서 버텨나가는 힘과 동기부여가 됐다. 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질 때마다 나를 지탱해 주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극한의 운동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늘 주위 지인들에게 나의 팔순기념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결승선에 꼭 와서 응원해줘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해왔다. 호흡이 허락되는 순간까지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병치레 하지 않고 빡세게 살고 싶은 게 나의 꿈이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무사히 완주한 뒤에는 항상 생각하곤 했다. “~ 이제 내일이면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생활인으로서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충실할 때, 나의 이 마라톤 외도가 더욱 값지고 보람되게 느껴질 것이니까.”

우리 모두는 살면서 나를 위한 나만의 건전한 일탈, ‘나만의 마라톤이 필요하다. 요즘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과 삶의 균형에서 중요한 것은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건강해야 늘어난 100세 시대를 감당해낼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그에 못지않게 새로운 교육으로 자신을 채워내는 평생학습이 이어져야 한다.

마라톤과 웨이트는 몸을 거듭나게 하는 반복 학습의 하나다. 몸을 만들고, 늘 새롭게 도전하는 일을 꾸준히 반복할 뿐이다. 이점에서 마라토너들은 어쩌면 평생학습의 원리를 스스로 체득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나는 삶의 건전한 일탈로 극한의 운동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열심히 내 나이에 맞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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