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프리즘]

일본의 어떤 행동에 분노하게
되고 화가 난 경험이 있다면
비분강개를 넘어 깊은 문제들에 좀더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한일관계가 뜨겁다.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진지한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시하고 지내면 그만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국과 일본은 좋으나 싫으나 앞으로도 얼굴을 마주하고 살아야 하는 이웃이다. 부부간에는 싫으면 이혼할 수 있겠지만, 한일 양국은 지정학적으로 안 보고 살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일본이 우리에게 불편하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하면, 오히려 상대를 면밀히 관찰하고 깊이 알아가며 대응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일이 아닐까. 옛 말씀에도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러분은 일본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접해온 ‘정보’를 중심으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첨단산업과 과학이 발전해 노벨상을 많이 탄 나라, 망가와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하고 우동과 라면, 생선초밥, 사케(酒)가 맛있는 나라, 아이돌 스타, 청결함, 도요타 자동차와 컵라면을 지적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고, 사무라이, 할복, 역사왜곡, 경제동물, 이지메 문화 등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언급도 함께 등장한다.
한편 기성세대의 경우는 한일관계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형성된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언급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왜구, 섬나라, 천황제 국가, 임진왜란, 풍신수길, 일본제국주의를 비롯하여, 사쿠라나 스모, 프로야구, 야쿠자, 가미카제, 부끄러움의 문화, 신칸센, 게이샤, 친절함, 가라오케, 엔카 등이 자주 등장하는 답변이다. 최근에는 아베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대답도 많아졌다.
여기에 거론한 용어들이 모두 일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이다. 이것들 하나하나는 일본을 구성하는 중요한 퍼즐조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우리들의 논의가 이러한 키워드들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데 머무른다면,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이해로 나가지 못하고 말 것이다.
질문의 수준을 조금 올려보자. 일본은 한반도와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어져 있을까? 일본 역사의 흐름은 대체로 어떻게 전개돼 왔나? 일본에서 천황이란 존재가 중요한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일본의 경제력이나 국가파워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섬나라 일본이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가? 일본의 천황은 전쟁 책임이나 반성을 표명한 바 있나?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인데, 어떠한 혁명을 겪었던 것인가? 일본은 왜 전쟁의 가해자면서 피해자 의식이 강한 것인가? 일본은 스스로가 아시아와 서양 어느 쪽에 속해 있다고 생각할까? 일본에서는 왜 전통적으로 야당세력이 약한 것일까? 일본은 왜 한국에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가? 원폭을 맞은 바 있는 일본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설 때 일본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일본 정부나 시민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현재 수습되었다고 정말 믿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문제들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들이다. 우리 위정자들과 국민들은 여기에 얼마나 합리적인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모름지기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일본의 어떤 행동에 분노하게 되고 화가 난 경험이 있다면, 비분강개(悲憤慷慨)를 넘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좀 더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해법은 저절로 마련되기 어렵다. 우리 시민들이 열린 마음, 성찰하는 자세로 지속적인 관심을 만들어나갈 때 비로소 보다 성숙한 소통과 해법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는 보다 두툼한 안목과 지혜도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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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bto***
    적절하고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2020-02-17 22:26:36
  • a99a***
    좋은글 감사합니다^^
    2020-01-15 11:11:22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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