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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8일, 이 날을 잊을 수 없다. 미디어영상학과 4학년 2학기 기말시험이 경일고등학교에서 있었다. 5과목을 하루에 보는 것이 몸에 엄청난 무리를 주었나보다. 4교시 시험부터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머리가 하얘진 상태로 객관식 문제에서 잘못된 것을 고르라는 건지, 옳은 것을 고르라는 건지조차 헷갈렸다. 마지막 5교시 시험은 「미디어 심리학」과목으로 주관식이었다. 객관식은 몇 년 간의 기출문제 패턴을 보면 어떤 내용이 중요한지 대충 감이 잡혔다. 하지만 주관식은 생소한 문제가 나와 당혹스러웠다. 수업시간에 힌트도 없었다. 2학기 초에 과목을 보니「미디어 심리학」이 가장 재미있고 쉬울 것 같았다. 15시간 분량의 강의를 며칠 동안 집중해 일사천리로 시청을 모두 끝냈다. 강의 내용도 흥미롭고 교수님도 강의를 쉽게 해주셔서 시쳇말로 ‘날로 먹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관식이라니!

“미디어 중독” 아주 여러 번 반복해서 접해 본 단어라 머리에 익숙한데도 단어 조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다른 학우들은 진작에 다 나갔는데 혼자만 시험지를 붙잡고 낑낑대고 있었다. 끝까지 생각나지 않는 문제로 고심하다 몇 글자 끄적거려서 낸 것이 영 속이 상해서 끝내 울어버렸다. 남녀 두 명의 시험관 앞에서 시험지를 낸 후 ‘흑흑’ 소리 내어 울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70이 다 된 학생이 시험을 잘 못 봐서 운 것은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험이 끝난 며칠 뒤 객관식으로 출제된 5과목 점수를 확인하기 전이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 후 점수를 확인하니 “야호, 평균이 88.6이 나왔다.” 그러자 긴장이 풀렸고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나왔다. 5과목 평균 88.6에서 6과목 점수 88.5로. 140점이면 졸업점수를 충족하는데 143학점이 됐다. 나이 든 후 공부하는 게 장난이 아니다. 다시는 학점을 따기 위한 공부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학점 따기식’으로 공부하는 것은 나 같은 시니어에겐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인문학과 예술 과목 위주로 슬슬 재미있게 공부할 것”이라고 되뇌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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