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선물에도 계파가 있다. 받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필요한 물건이라는 위험 부담을 차단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것을 직접 구매하라고 돈이나 상품권으로 대신한다는 이른바 ‘현금파’. 돈은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하거니와 형식적인 것 같아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물건을 구입해 선물한다는 ‘현물파’가 그것이다. 생일, 명절, 어버이 날, 크리스마스 등 각종 ○○날 그리고 입학·졸업 등의 시즌이 되면 우리는 생각이 많아진다. 어떤 선물이 좋을까, 현물일까? 현금일까?  

무엇을 주고받는가
선물의 사전적 정의는 ‘타인에게 물품을 주는 행위, 혹은 그 물품 자체’다. 물품을 주는 행위라는 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선물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기리고자 할 때, 사회적으로는 관습에 따르는 경우에 축하·배려·애정·격려·기념 등의 감정을 상징화해 물건으로 전달하는 행위다. 그래서 선물은 주는 사람이 그 물건을 선택하기까지의 시간과 노력, 선택한 동기 등 일련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성 때문에 선물을 받는 사람은 기쁨과 고마움의 감정을 느낀다. 즉 선물은 물건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상징 행위다. 
그러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완벽한 선물을 고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받는 사람의 기호, 주는 사람의 예산 및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취향이나 기호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때, 좋은 감정을 주고받기보다 서로 난처해지는 경우에 종종 맞닥뜨리기도 한다. 고심 끝에 여성스러운 디자인에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를 선물했는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촌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 가장 완벽한 선물
일부의 학자들은 경제학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날을 크리스마스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스크루지노믹스(Scroogenomics)』의 저자 조엘 왈드포겔 교수는 사람들이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주고받는 선물 때문에 사회적 손실이 엄청나게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받았던 선물의 만족도를 화폐 가치로 측정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실제로 구매한 선물 가격의 67~70% 수준에 그쳤다는 것을 밝혀냈다. 선물을 구입할 때 지출한 금액보다 낮은 수준의 효용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만일 학생들에게 선물을 준 사람들이 물건 대신 현금을 줘 원하는 물건을 직접 사게 했다면 이들의 만족도는 적어도 지출한 금액보다는 더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미국의 운송회사인 UPS는 매해 1월 2일을 ‘반품의 날’이라 부른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가 지나면 반품 물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전미소매업협회(NRF)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크리스마스 전에 판매된 상품 가운데 오프라인 매장은 평균적으로 약 10%, 온라인 매장에서는 30%가 웃도는 물건이 반품됐다고 한다. 이는 선물로 받은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환불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학자들은 현금을 가장 완벽한 선물이라 주장한다. 유동성이 높은 선물일수록 받는 이의 기호에 더 부합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시간과 지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환경오염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 최적의 자원배분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완벽한’ 것이  ‘좋은’ 선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현금이 아닌 물건을 선물로 건네고 있다. 현금을 가장 완벽하고 합리적인 선물로 볼 수 있지만 최고로 좋은 선물은 아니다. 하버드대 니콜라스 맨큐 교수는 ‘선물의 신호 이론’을 제시한다. 그는 선물 주는 행위를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 혹은 사랑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물이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개인적 관심과 사회적 효용이 포함돼 결과적으로 더 큰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선물이 좋은 선물일까? 방송대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70대 A학우는 그가 좋아한 트로트 가수의 공연 티켓이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 선물이었다고 한다. “가장으로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취미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퇴직 후에는 맞벌이 아들 내외를 위해 손자를 키우며 방송대 공부를 하느라 바빴다”며 “선물로 받은 용돈으로 분명 내가 사고 싶어 했던 것을 샀을 텐데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그런데 그 콘서트는 해마다 내 생일이 되면 생각이 난다”고 했다.
 
심리학자 폴 웨블리가 논문 「사회적 관계 그리고 선물로서 현금의 거부」에서 밝혔듯 선물은 ‘탈상품화’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가격표를 떼고 포장을 한다. 물론 상대방이 그 물건의 가격을 짐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그 물건은 하나의 상품에서 벗어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기억이 되살아나는 추억으로 격상한다. 
돈이라는 선물은 쉽사리 다른 물건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선물한 사람에 대한 감정이 기억의 공간 밖으로 밀려나 버리고 물건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혹은 A학우의 경험처럼 무엇을 샀는지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내가 돈으로 산 물건과 돈을 준 사람의 연계성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물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물건을 통해 주고받는 아름다운 감정이다. 이 감정을 간직하고 싶다면 완벽한 선물보다 좋은 선물을 주는 것은 어떨까.


0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