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프리즘]

자신만의 경험을 스토리로
엮어 내는 능력 길러야
성적표에 표현되지 않는
스펙 쌓아보길

 

가끔 공공기관의 채용 면접관으로 나가게 될 기회가 있습니다. 최근 공공기관들은 채용 과정에 있어서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면접관으로서는 그 지원자의 이름, 가족 사항, 학력 등을 알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 학생이 어느 대학교에서 무엇을 전공하였는지 조차도 알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직무와 관련하여 수강한 교과목들을 통해서 전공이 무엇이었는지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지원자가 가족 사항이나 학력 등이 드러날 수 있는 힌트’ -예컨대 제가 신촌에서 공부할 때는요- 를 주는 것 역시 부정행위로 간주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면접관은 개인당 짧게는 5분 길게는 20분 사이에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구분해 내어야만 합니다. 공공기관 정직원의 경우 대부분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조금 과장하여 표현하자면,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을 통해서 기관 입장에서 30억 가까운 돈을 투자할 인재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혹자는 공정성을 높이고자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방식이 그 지원자가 쌓아온 학력이라는 스펙을 무시함으로써 오히려 불공정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만, 이 글에서 그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의 채용시장에서 무엇이 스펙이 되는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위 말빨입니다. 여기서 말빨은 단순히 상대방을 압도할 정도로 말을 잘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말빨에 포함되는 요소로는, 면접관의 질문 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답을 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을 근거를 들어가며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심지어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뽑을 때도 지원자들 사이의 토론 면접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토론 면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토론에서 승리하는 능력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잘 청취하며, 그것을 잘 이해, 요약하여 자신의 반론을 펼치는 능력 등이 중요시됩니다. 특히 공공기관처럼 조직 문화가 비교적 보수적인 기관에서는 지원자가 입사 후에 다른 직원들과 조직 안에서 얼마나 잘 어우러질 수 있는가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토론이나 답변 시에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일방적으로 하는 태도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듭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요소는 그 직위에 얼마나 준비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 이 글을 쓰는 주요한 이유입니다. 면접관들에게 주어지는 자료는 지원자의 자기 소개서와 경험 기술서 등입니다. 이 서류들 안에 지원한 직위와 관련된 삶의 경험들을 기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내용들을 토대로 면접관들은 기재된 경험들이 정말 지원자의 경험이 맞는지 확인하게 되며 그 경험들을 통해서 지원자가 획득하게 된 능력들은 무엇인지 평가하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이 자리를 준비하기 위해서 경험한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내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 중에 경험한 실패 역시 스펙의 일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실패를 어떻게 극복해 내었는가 하는 것도 평가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취업 시장이 매우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어떤 영역의 기회가 열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교육학과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습니다만 학생들의 큰 불만 중의 하나가 그 자격증이 취업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교육학과 교수로서 저도 이러한 학생들의 원성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생들 역시 방송대를 다니는 기간 동안 학업 성적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스펙을 쌓는 것에도 힘을 쏟으시길 바랍니다.

예컨대, 교육학과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총장배 평생교육프로그램개발 경진대회를 개최하며 벌써 올해로 16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교육학과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1, 2학년 때 출품하여 낙선하더라도, 그 이후에 그 프로그램을 개선하여 3, 4학년 때 입상하고 그 프로그램을 기초로 이후에 각 지자체의 공모 사업까지 나아가게 된다면, 만약 각 기관에서 평생교육사를 채용한다고 할 때 이보다 더 적합한 스토리, 즉 이 자리를 위해서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열정을 쏟아왔다는 것을 증명해낼 수 있는 지원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학과 이외에도 각 학과별로 학생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꾸며나갈 수 있는 기회들이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인생이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준비하는 직종과 직위가 있다면 그 자리를 위해서 써 나갈 자신만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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