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변화의 출발선에 서다

방송대를 선택하는 이유를 딱 하나로 말할 수는 없다. 각자 다양한 사연과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혹자는 제대로 마치지 못한 학업의 설움을 풀기 위해 입학하기도 하고, 혹자는 대학 수업으로 배운 내용을 회사에서 활용하기 위해 방송대에 진학하기도 하고, 혹자는 학습 욕구와 순수한 배움의 열정으로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혹자는 재취업과 인생 2모작을 위한 대비책으로 대학에 들어오기도 한다. <위클리>는 올해 방송대 문을 두드린 이색적인 학우 두 분과 함께 신임교수 한 분을 만나봤다. 
 
방송대 새 얼굴 ① ‘최연소 입학’ 김수민 학우(행정학과)
올해 16세가 되는 김수민 학우의 꿈은 교육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으로 방송대를 선택했다. 하지만 김 학우는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은 크지 않았다. 중학교를 입학하면서 학교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교육 과정에 답답함을 느껴서다. 부모님과 솔직한 대화, 때로는 많은 갈등 과정을 거치면서 중학교 졸업 유예신청을 하게 됐다. 이후 중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준비해 합격했다. 그리고 교육공무원의 꿈을 이루기 전에 좀더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바라셨던 부모님의 의견을 받아들여 방송대 진학에 이르게 됐다. 

- 방송대에 입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속칭 일류대가 어린 내 인생에 크게 중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스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면 학교 간판의 중요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공무원의 꿈을 갖고 있기에 행정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고, 당장의 국어, 영어, 수학이 아닌 실질적 배움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방송대였다. 방송대에 대해 여기저기 알아보니 교육 콘텐츠가 무척 좋을 뿐만 아니라 시공간의 제한이 크지 않으며, 현장 경험이 풍부하신 교수진이 체계적으로 교육해 준다는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특히 국립대 인증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

- 최연소 지원자로 이름을 올렸다. 남다른 각오와 목표가 있을 것 같다
“처음엔 일반대와 다르다는 방송대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방송대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 싶다. 왠지 방송대는 학업의 꿈을 이루지 못한 연세 드신 분들을 위한 교육의 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일반대에 갈 수 없는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대학이라는 잘못된 선입관을 바꾸고 싶다. 최연소 지원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교육과정을 이수해 방송대 학생으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저와 같이 어린 나이지만 꿈이 확고한 친구들이 조금 더 먼저,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 앞으로 어떤 학교 생활을 꿈꾸나
“4년 동안 또래 친구나 다른 대학생들 못지않은 많은 경험과 공부를 하고 싶다. 열심히 공부해서 복수전공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특히 방송대 학생으로서 학교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졸업 이후에는 행정학을 배운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 꿈인 교육공무원이 되어 배운 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관에서 일하고 싶다.”
 
방송대 새 얼굴 ② ‘최다 학과 입학’ 이강운 학우(국문과)
이강운 학우는 방송대 졸업장만 무려 13개에 달한다. 1974년 방송대 농학과에 진학해 첫 학위를 받은 후 전자계산학과(현 컴퓨터과학과), 행정학과, 경영학과, 법학과 등 전공을 바꿔가며 공부했다. 13번 졸업한 이 학우는 졸업우등상을 11회 수상했다. ‘공부가 좋아서 계속 공부한다’는 이 학우는 벌써부터 2년 뒤에 어떤 학문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이유가 궁금하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국군묘지에 가서 맞춤법에 어긋나게 방명록을 쓰는 것을 보고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자 마음 먹었다. 졸업 이후가 되겠지만 나중에는 제가 살아온 길을 기록하겠다는 생각도 있다.”

- 그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많을 것 같다
“농학과에 진학한 1974년 방학 때로 기억한다. 1주일 동안 출석수업이 진행됐다. 아침부터 8시간 동안 이뤄져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했다. 그 당시에는 라디오 강의만 있었는데 시간이 안 될 경우 지인에게 녹음을 부탁해 공부한 적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1980년대 들어 학교에서 녹음 테이프가 딸린 교재를 제공해 공부하기가 한결 나아졌다.”

- 학우님에게 방송대란 어떤 의미인가
“인생의 길잡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방송대 덕분에 숱한 도움을 받아 왔다. 여행을 좋아해 아내와 함께 여러 나라를 가봤다. 관광학과와 가정학과(식품영양 전공)를 졸업했기에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 그리고 음식의 특징까지 줄줄 꿰고 있을 정도다. 일흔 나이에 가이드가 필요 없으니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 방송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처음 방송대에 들어오면 공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 가령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 휴일에 짬짬이 쉬는 틈을 활용해 공부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방송대의 새 얼굴 ③ ‘신임’ 권혜령 교수(법학과)
올해 방송대의 새 얼굴에는 학생만 있는 게 아니다. 법학과 신임교수로 부임해 후학 양성에 나설 권혜령 교수가 주인공이다. 권 교수는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헌법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권 교수는 법학자이자 현장형 연구자다. 석사과정에서 당시 영상물에 대한 정부 검열에 반대하며 독립영화단체, 영화학자, 변호사들의 운동에 동참했다. 이런 일환으로 ‘한국영화연구소’에서 비상임연구원으로 활약했다. 이와 함께 국무총리 소속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 노동분야 전문위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 법률분야 전문위원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 방송대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미래세대들에게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헌법의 정신을 올바로 전달하는 것이 법학 교육자로서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방송대 법학과의 학부 및 대학원에 다니는 많은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면서 사회 변화에 따른 새로운 창의력과 다양한 인식의 확대가 요구된다. 이러한 점을 방송대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인권의 본질인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관용, 직업윤리로서의 인권감수성을 교육하고 전달하는 것이 헌법과 인권법 연구자의 역할이라고 본다.”

- 이번 첫 학기에 어떤 교과목을 맡으셨나. 학생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대학원 과목인 「인권기초이론」을 담당하게 됐다. 이 과목의 튜터를 여러 학기에 걸쳐 맡은 바 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권 문제에 대해 매우 큰 지적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인권이 우리 삶과 어떠한 구체적 관련성을 갖고 있는지, 인권적 가치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존엄하게 만드는 든든한 토양이 되고 있는지, 인권의 다양한 쟁점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사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민주시민 양성 차원에서 기대되는 방송대의 역할이 있다면. 이와 관련해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학생은 대학 공동체의 주요 구성원 중 하나다. 이런 만큼 학교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매우 당연하게도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다. 학생은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교육환경이나 여건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학내에서 학생의 자치가 인정돼야 하며, 이는 대학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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