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마로니에]

미지의 공간에서 빛을 발견한다면

용기를 내어 그 빛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빛은, 결코 사람의 나이를 배려해가며 반짝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방송대가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삶의 변곡점에서 힘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37세에 의사가 된 나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한국에서는 초난강으로 알려진 쿠사나기 츠요시(なぎ)가 주연으로,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늦은 나이에 의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삶을 찾아 늦은 나이에 새로운 분야에 정착하게 된 입장에서, 퍽 공감하며 보았던 작품이다.

나는 방송대 농학과에 2007년에 편입학해 2017년에 졸업했다. 무려 10년만이다. 도중에 의대에 다니기도 했다. 의대를 그만두고 회사원 생활을 하며 방송대를 다시 다녔다. 애초에는 문과생이었다. 불문학과 행정학을 전공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방송대를 졸업한 후, 지금은 수의대 졸업반 학생이 돼있다. 수의사 면허증을 받아들게 되면 어느덧 43. 돌아보면 확신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무척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에게 확신을 주는 것은 생태와 자연에 대한 공부였는데, 방송대 농학과에서 그 희망을 보았고, 수의학을 공부하면서 마침내 이 공부로 먹고 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방송대에서 배웠던 농학적 지식을 십분 살려 생태적인 수의사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가끔 문과생이 어떻게 의대에도 들어가고 수의대에도 들어갈 수 있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 동기들 중에서는 그 나이에 새로운 직업을 찾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봤다고 아연해 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문과 출신으로 이과쪽으로 전향한 사람이 드문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학교에는 나이 지긋한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어떻게라고 묻는다면, 보기에만 힘들어 보일 뿐 의지만 있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답변이다. 입학을 위한 경쟁도 치열해 보일 수는 있지만, 다른 경쟁과 마찬가지로 이 분야의 입시경쟁 역시 실질적인 경쟁률은 11이라고 생각한다. 즉 자기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느냐 지느냐 하는 것이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한 명만을 선발하는 경쟁이라 하더라도, 결코 자신의 불합격은 타인의 합격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의연함으로 도전한다면 분명 오래지 않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데 방송대 농학과에서 공부한 경험이 큰 힘이 됐다. 처음 농학과에 편입학해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낯선 용어들과 원격강의의 생소함 때문에 갈팡질팡하기도 했다. 중간에 휴학을 하기도 하면서 재학기간이 엄청나게 길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졸업을 하게 된 것은 생태와 자연에 대한 학문인 농학에 대한 열의와 방송대만의 강점 덕분이었다.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방송대의 특징이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방송대 교재가 방송대의 큰 저력으로 느껴진다. 거의 모든 개설과목을 강의하는 교수님이 직접 저술한 교재가 있다는 것은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방송대만의 강점이다. 권위 있는 해외 원서들이야 물론 꼭 필요한 것이지만, 국내 사정에 맞게 한국인의 언어로 저술된 교재는 전공자들에게 있어 사막에서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혼자서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방송대 강의가 매우 편하고 효율적이다. 나는 지금도 관련된 내용을 공부할 때 방송대 교재를 찾아 읽으며 도움을 얻을 때가 종종 있다.

일찌감치 자신의 공부나 일에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나중에야 미지의 공간에서 빛을 발견한다면 용기를 내어 그 빛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빛은, 결코 사람의 나이를 배려해가며 반짝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방송대가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삶의 변곡점에서 힘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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