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방방톡톡]

지난 2월 일본학과를 졸업했다. 졸업을 했으니 마음이 가벼워야 하는데 공허와 허전함이 끝이 없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방송대 생활이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줬기 때문인 듯하다.
몇 년 전, 나는 소모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강렬한 느낌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방송대였다. 앞서 방송대를 다녔던 친구의 조언이 있었지만, 의지박약인 내가 방송위주의 공부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학교생활은 우려에 비해 매우 흥미로웠다. 우선 직장인도 조금만 열정을 더하면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고, 학교의 배려도 많았다. 여기에 스터디 그룹은 강력한 무기였다. 살아온 삶이나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비슷한 목표를 갖고 모인 사람들과의 만남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기가 무섭게 곁에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학우들의 존재는 ‘감사’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다.
그뿐인가. 방송대인으로서의 삶은 단단한 사고의 틀을 깨며 또 다른 나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단적인 예로 어린 시절, 나는 역사 과목이 무척 싫었다. 암기 위주의 재미 없는 공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됐는데, 다시 시작한 방송대 공부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새롭게 할 수 있었다. 일본학과다 보니 일본의 역사를 배울 기회가 있었고 거기서 한일관계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좀 더 촘촘하고 깊이있게 들여다보며 역사 공부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방송대인의 생활은 20대 학창시절에선 느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재미와 맛이 있었다.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해주었고, 삶의 지평도 넓혀 줬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허전한 가슴에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그리고 나의 세포와 심장이 떨릴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면 방송대로 발길을 향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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