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프리즘]

이번 사태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공급, 즉 생산의 제약에 있다.

금융위기 때와 달리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나

정부의 세금환급과 같은 전통적인 수요관리정책은
별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라는 유령이 세계 경제를 배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 총재와 기획재정부 장관이 차례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제기했고, 일부 전망기관은 올해 연간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관련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pandemic)하는 경우(실제로 311WHO는 대유행을 선언했다), 올해 세계 및 미국 경제가 둘 다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굳이 성장률 전망이 아니어도,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코로나19의 가공할 영향력을 절감하고 있다. 마스크 두 장을 사기 위해 두 시간 넘게 줄을 서는가 하면, 주식투자로 10년 동안 번 돈을 10일 만에 몽땅 까먹었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충격이 발생한 경우, 우리는 흔히 과거의 유사 사례를 통해 충격의 효과를 가늠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사태 초기 많은 이들은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례에 비추어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영향을 전망하곤 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들은 이제 이번 사태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반면 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사스 또는 메르스 사례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는 것은 향후 경제적 파급효과를 전망하는 데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충격의 지속성과 성격에 있어 이번 사태는 상기한 과거 사례와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에 비해 치사율은 소폭 낮은 반면 전파력은 훨씬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사스나 메르스보다 경제에 한층 지속적인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최근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방역 노력을 전제한다 해도 감염 확산이 완전히 멈추는 것은 빨라야 상반기이며, 심지어 계절성 독감처럼 매년 발생하는 질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이 경우 코로나19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사스나 메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속적이고 광범위할 것이다.
한편 경제적 충격으로서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도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신용경색으로 인해 돈이 돌지 않아 소비·투자가 감소한 전형적인 금융부문의 수요측 충격이었다면, 이번 사태는 실물부문의 공급측 충격에 해당한다. 물론 소비심리 위축과 관광객 감소로 인해 수요에도 상당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공급, 즉 생산의 제약에 있다. 예컨대 감염 확산에 따라 강제휴가 중인 노동자가 늘어나고 직장 및 공장이 폐쇄되며 교역국의 생산 차질로 인해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중단되는 등의 공급충격이 경제 전체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기 때와 달리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나 정부의 세금환급과 같은 전통적인 수요관리정책은 별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물건 살 돈이 있어도 공장과 가게가 문을 닫아 팔 물건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번 사태가 과거 사례와 비교하기 힘들 만큼 다른 특징을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전망이 매우 불확실함을 의미한다. 늘 그렇듯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개인 위생은 물론, 소비와 재테크 등 경제활동에 있어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여차하면 안 건너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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